혁신기업에 투자하는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기술 이해도 높아지고 뭉칫돈 유입… 국내 스타트업 창업환경 크게 개선 일상을 바꿀만한 혁신사업에 투자… 질병진단 인공지능-로봇치킨집 등 AI-로보틱스가 직업까지 바꾸고, 실제-가상세계 경계도 사라질것
스타트업 투자 및 보육 사업을 하는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18일 인터뷰에서 “국내 창업 환경은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크게 개선돼 글로벌 상위권 수준”이라며 “미국처럼 과감한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와야 할 때”라고 했다.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국내 대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투자·육성 전문기업) 중 한 곳인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48)는 인텔에 자신이 창업했던 회사를 2012년 31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350억 원)에 판 경험이 있다. 이 덕분에 류 대표는 젊은 인재들이 가진 재능과 기술이 창업으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회사 매각 1년 후인 2013년 퓨처플레이를 설립했다. 일상을 바꿀 ‘파괴적 혁신’을 좇는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한다. ‘10년 내 인류의 삶을 바꿀 스타트업들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만든다’가 회사의 사명(使命)이다.
코스닥에 입성한 딥러닝 기반 질병 진단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뷰노(VUNO)’, 역시 기업공개(IPO)가 된 혈액 진단기 스타트업 ‘노을(noul)’ 등 2022년 5월 현재 180여 개 기업에 투자했다.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육성을 모두 수행한다. 올해로 10년째 스타트업 생태계와 함께하고 있는 류 대표에게서 금리 인상기의 스타트업 창업 환경과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 방법 등에 대해 들었다.
―금리 인상기다. 스타트업 투자가 더 신중해질 듯하다. 예비 창업자들은 금융 시장의 변화를 얼마나 염두에 둬야 하나.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그동안 국내의 스타트업 창업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나.
“올해로 10년 차인데 근래 몇 년 동안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흥분이 될 정도로 크게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10년 전만 해도 자본시장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했다. 초기 투자하는 분들이나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 대부분이 상경계열 출신이었던 영향이 적지 않았다. 기술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돈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 심사역 중 상당수가 이과 출신이고 의사도 있을 정도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능력도 엄청나게 올라왔다. 최근 로봇공학 전공 대학원생 100명 정도를 만났는데, 대기업 취직이 안정된 삶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라고 했다. 투자할 돈도 많아졌다. 증시와 부동산에 투자를 했던 사람들도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뭉칫돈을 들고 올 정도다. 정보기술(IT) 업종에서 돈을 번 30, 40대 자산가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에 재투자를 한다. 스타트업 중심의 뉴이코노미 시대가 도래한 듯하고, 그런 변화를 이해하는 ‘스마트 머니’도 많아졌다.”
―투자를 할 때 어떤 점을 중시하나
“일상의 변화를 가져올 만한 사업인지를 중요하게 본다. ‘파괴적 혁신’이라고들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퓨처키친’이라는 회사를 예로 들어 보겠다. 이 회사는 동네에 흔히 있는 치킨집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다른 점은 로봇이 닭을 튀기는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팔이 1개인 협동로봇이 아니라 로봇엔지니어가 치킨집의 환경과 업무 절차를 재해석해 닭 6마리를 한꺼번에 튀길 수 있도록 했다. 맛은 퓨처플레이 네트워크상에 있는 미슐랭 스타급의 유명 요리사가 맡았다. 기존 동네 치킨집 운영은 인건비 싸움이다. 공학적으로 풀어보니 3∼4개월 치 인건비면 로봇을 들일 수 있었다. 사람은 기름이 튀는 유해한 환경에서 해방되고, 소비자들은 유명 셰프의 맛을 더 일관되게 즐길 수 있다. ‘튀기는 사람이 없는 치킨집’이 미래의 일상이 되는 것이다. 치킨집 아저씨의 수고를 덜어주는 정도의 개선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혁신이라고 보는 거다. 이런 혁신은 사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손을 잡기 힘든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서 나오곤 한다. 퓨처키친은 로봇공학자와 유능한 셰프를 연결시킨 결과물이다.”
―국내외 창업 환경을 유심히 살피는 사람으로서 창업자들이 눈여겨봐야 하는 거대한 사회의 변화, 이른바 ‘다음 번 파도’는 어떤 것이라고 보나.
또 다른 한 가지는 리얼 월드(실제 세상)와 버추얼 월드(가상 세계)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는 거다.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되면 가상의 세계인 메타버스에서 예쁜 건물을 지어주는 등의 일을하고 받은 대가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카카오톡을 지금은 60, 70대도 사용하게 됐듯이 메타버스도 과정을 따를 것으로 본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효과적인 혹은 성공적인 창업 프로세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확한 고객을 찾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의 고통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프로덕트/마켓 핏(Product/Market Fit)’이라고 표현하는데, 제품이 시장과 맞아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고객의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시작이다. 오물 속에 담긴 다이아몬드를 손을 집어넣어 건져내는 것에 비유하고 싶다.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게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오해다.”
―스타트업 창업 환경을 글로벌과 비교하면 어떤가.
“우리나라 창업 환경은 아직 민간 투자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의 성장이 필요하지만 창업 경력이 있는 연쇄창업가들이 초기투자자로 변신하여 후배를 키워내는 훌륭한 전통을 만들었다. 정부가 모태펀드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제도 등으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어 실리콘밸리만큼은 아니어도 글로벌 상위권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감을 가지고 창업했으면 좋겠다.”
“역대 정부들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스타트업 지원을 꾸준히 해 왔다. 대단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때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됐고, 지금은 지방의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금이나 규제철폐 등 직접적인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부터는 주요 경제주체가 스타트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산업계의 판이 바뀌는 것을 전제로 한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정책들이 필요한 것 같다. 언제까지 삼성 LG만 찾을 것이냐고 묻고 싶다.”
류중희 대표는…
△1974년 출생
△서울과학고 졸업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학·석·박사 졸
△2006년 올라웍스 창업
△2012년 올라웍스, 미국 인텔에 매각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