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미정상회담]한미 정상, 반도체 공장서 첫 만남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시설을 둘러본 뒤 연설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연단 뒤편에선 미국 국적의 삼성전자 근로자 40여 명이 한미 정상의 연설을 지켜봤다. 한미 정상은 이에 앞서 오후 6시 10분 공장 정문 앞에서 처음 만나 22초간 길게 악수했다. 평택=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오늘 방문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윤석열 대통령)
“이 행사는 제 방한의 특별한 출발이다. 양국이 함께 만들어 갈 협력과 혁신의 미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일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처음 마주한 장소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2라인(P2)이었다. 70년 전 맺은 군사·안보 동맹에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경제 동맹을 더한 데 이어 기술 동맹으로까지 확장하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함께 3라인(P3)에서 20여 분 동안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생산 시설을 둘러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마지막 기술자의 설명이 끝나자 바이든 대통령은 “감사하다(Thank you)”라고 인사했고, 윤 대통령도 엄지를 들어 보이며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공장 시찰 뒤 공동 연설에서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한 한미 동맹의 확장을 강조했다. 또 “저는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 생각하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서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기업들의 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공급망 동맹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끼리 협력해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경제·국가안보가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한미)는 공동의 번영을 증진할 수 있다”면서 “그래서 아시아 방문 첫 번째 국가로 한국을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미 대통령이 방한 일정 중 국내 기업 현장을 찾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 체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백악관은 이날 삼성 평택 공장에 대해 “삼성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세울 새 반도체 공장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 부회장에게 “투자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텍사스 새 공장에서) 세계 최첨단 반도체 칩이 생산될 것으로 믿는다”고 인사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9일(현지 시간) 한국 방문 전 기내 브리핑에서 “민주주의와 자유 진영 국가들의 첨단기술 생태계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의 기술 동맹이 중국을 글로벌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이날 경제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상설 대화 채널인 ‘경제안보대화’도 구축했다. 대변인실은 “양국이 신설된 ‘경제안보대화’를 통해 경제안보 현안과 대응 전략을 조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평택=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