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식 회장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미국은 스포츠 천국이었어요.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었죠. 테니스와 탁구, 배드민턴, 자전거타기, 스키, 피트니스, 걷기 등을 즐겼습니다. 운동을 안 하면 삶에 활력이 떨어져 힘들었어요.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운동의 생활화가 중요합니다.”
한국 나이 80세인 김권식 EVS(Engineering, Value, Service) 회장은 1969년 미국 미네소타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뒤부터 생활화한 운동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2년 반 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전남대 등에서 ‘인생 강연’을 하며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꿈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매년 고국을 찾아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했었다.
김 회장은 학창시절부터 운동에 관심이 있었다. 시설 등 여건이 여의치 않았을 뿐. 그는 “중학교 때 형이 다니던 연세대를 찾았다 외국인들이 정구 치는 것을 지켜봤다. 고입에 대입까지 준비하느라 하진 못했지만 서울대 공대에 들어가서 정구채 2개를 사서 친구들과 함께 쳤다. 정구장이 없어 운동장에서 선 긋고 치다 공 주우러 멀리까지 쫓아다닌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고 했다. 축구도 했고 등산도 즐겼다.
김권식 회장이 추운 겨울 미국 미네소타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고 있다. 김권식 회장 제공.
“미국에 처음 와선 테니스를 많이 쳤어요. 골프도 시작했는데 타이거 우즈가 나타나면서 테니스가 완전히 밀렸죠. 하지만 전 1시간30분에 땀을 흠뻑 흘릴 수 있는 테니스를 4시간30분 걷는 골프보다 더 좋아했습니다.”
대학 시절 한 때 방황하며 귀농을 꿈꾸던 그는 백령도 공군 복무시절 부대에서 개설한 야학 신우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유학을 준비하게 됐다. 그는 “집안 사정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어떻게든 배우겠다는 모습을 보며 반성 많이 했다. 그래서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항공학 교수를 꿈꾸던 김 회장은 전공을 바꿔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항공과 국가 장학금을 받고 나왔는데 갑자기 장학금이 중단됐다. 토목공학과에서 장학금을 보장해준다고 해서 전과를 했다”고 했다.
코로나19 탓에 2년 6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한 김권식 회장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피트니스센터 트레드밀에서 즐겁게 걷고 있다. 미국 유학시절부터 50년 넘게 운동을 생활화한 그는 여든의 나이에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내 강연 주제도 인간관계를 잘 하는 법이다. 꿈을 가지고 노력하되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함을 강조한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팀이 1938년부터 2013년까지 75년 동안 다양한 계층의 소년 724명을 뽑아 2년 마다 인터뷰하며 인생을 관찰했어요. 하버드 의대 로버트 월딩어 정신과 교수는 ‘무엇이 행복을 결정 하는가’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행복한 삶의 비결은 바로 가족이나 직장, 친구, 지인들과의 좋은 ‘인간관계’였습니다. 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돈도 권력도 아닌 좋은 인간관계라는 겁니다. 가족과 친구,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야 행복하다는 것이죠. 그 관계를 운동으로 맺으면 건강도 챙기고 친밀도도 높이고 일석이조 아닌가요.”
김권식 회장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커피숍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 회장은 EVS가 미국 재생 에너지기업 톱5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 후배들에게 좋은 기회도 주고 있다. 미국생활 초창기부터 로타리클럽에 가입해 청소년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미네소타에서 고등학생을 한국에 보내면, 그 학생은 한국 호스트 패밀리와 1년간 같이 살며 한국 문화와 생활방식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얻는다. 한국 학생들이 오면 미국 호스트 패밀리와 1년 동안 같이 살며 영어와 문화를 배우게 된다. 지금은 뉴 제너레이션 대학생 단기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미국에서 있을 곳을 찾아주고 전공과 직업적 목표에 따라 기관, 산업체 현장실업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으로 인생이 바뀐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김권식 회장 부인 황성숙 씨가 추운 겨울 미국 미네소타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고 있다. 김 회장 부부는 평생 운동을 함께 하며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김권식 회장 제공.
한국에 오면 지인과 지리산 등 명산을 올랐다. 하지만 이번엔 못했다고 했다.
“친구인 민홍식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가 등산 가이드였습니다. 이번에도 지리산을 오르기로 했는데 민 교수가 코로나19에 걸린 뒤 체력이 떨어졌다고 못 가겠다고 하더군요. 아쉽지만 서울 우면산을 가볍게 올랐습니다. 제가 아직도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운동의 생활화입니다. 건강해야 100세 시대를 누릴 수 있습니다. 골골하면서 100세를 살면 뭐합니까? 운동이 100세 시대를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후배들아 이제 너희들 차례다’는 책으로 엮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