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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남주혁이 만났던 그 터널앞에서 사랑고백 해볼까

입력 | 2022-05-23 03:00:00

[힐링 남도 여행]
추억 만들기 좋은 전주의 드라마-영화 촬영지
문화재인 한벽굴-서학예술마을… 드라마 ‘스물다섯…’ 찍어 유명세
전주동물원 놀이공원 ‘드림랜드’… BTS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져
여행자 위한 맞춤 도서관도 마련… 책 중심 ‘인문관광도시’로 발돋움




《국내 여행 트렌드 가운데 꾸준하게 이어지는 것이 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쏟아지는 명대사나 명장면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는 이른바 ‘촬영지로 떠나는 여행’이다. 한옥마을과 비빔밥으로 유명한 전북 전주가 촬영 장소로 인기를 끌면서 그 배경이 된 곳에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거리 두기 해제와 함께 온 세상이 초록으로 갈아입은 봄, 전주시내 곳곳의 촬영 명소에서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면 어떨까. 》




MZ세대 감성 저격 한벽굴·서학예술마을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전북 전주시 교동의 한벽굴을 찾은 관광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학교 운동장 한쪽에 있는 수돗가의 물을 틀어놓고 행복하게 웃던 남녀 주인공이 경비 아저씨를 피해 도착한 터널 앞. 남주인공과 마주선 여주인공은 ‘시대가 다 포기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행복까지 포기해 둘이 있을 땐 아무도 몰래 잠깐만 행복하자.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라고 말한다. 남주인공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대사를 쏟아내는 여주인공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다. 이 장면이 전파를 탄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이 장면 촬영지에서 찍은 인증사진이 넘쳐났다. 이 장면은 전주시 교동에 있는 ‘한벽굴’에서 촬영됐다.

전북도 유형문화재 15호인 한벽굴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전주∼남원 간 철도를 건설하면서 만들어졌다. 풍수지리를 교묘히 이용해 인근에 있는 한벽당의 풍광과 정기를 끊기 위해 터널을 뚫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더 전주의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한벽굴과 함께 관광객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 있다. 여주인공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만화방이 있는 ‘서학예술마을’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아기자기한 골목길과 예술작가들의 작품이 방문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한벽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 등을 이유로 한옥마을에서 예술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작가들이 모여들면서 현재의 이름이 붙여졌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예술촌에 도시재생뉴딜사업이 결합되면서 전주 문화인들의 존립공간이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명소가 됐다.


원조 촬영 명소 경기전·전주향교


전주한옥마을

한벽굴과 서학예술마을이 최근 관광객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면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사극 촬영 명소가 있다. 한옥마을이다. 700여 채의 한옥이 도심 속에 자리한 전주 한옥마을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공간이다.

한옥마을이 원조 촬영명소인 이유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초상화)을 봉안하고 있는 경기전과 조선시대 인재양성의 대표교육기관이었던 전주향교가 있어서다. 1991년 사적 제339호로 지정된 경기전에서는 2003년 ‘황산벌’을 시작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 ‘역린’, ‘창궐’, ‘녹두꽃’, ‘더 킹: 영원의 군주’, ‘옷소매 붉은 끝동’ 등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한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다.

붉은 칠을 한 홍살문과 내산문을 지나다보면 곤룡포를 입은 태조 이성계의 위엄이 느껴지는 어진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뒤로하고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대나무 숲이 있다. 봄여름이면 사진을 찍으려고 길게 늘어선 줄이 장관이다.

경기전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매화나무 ‘와룡매’다. 그 형태가 매우 독특해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전쟁 속에 불타거나 없어진 사고(史庫) 가운데 유일하게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전주사고도 이곳에 있다. 태조어진과 어진봉안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는 국내 유일의 어진박물관 또한 꼭 봐야 하는 곳이다.

2010년 ‘성균관 스캔들’이란 드라마로 유명해진 뒤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에서 왕세자의 추억을 담은 장소로 등장하는 전주향교. 고려 말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이곳은 선인들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과 동무·서무, 계성사, 학생들을 가르치던 명륜당 등이 있다.

전주향교

전주향교에서 영화 속 배경을 뒤로 사진을 찍다 보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바로 은행나무다. 전주향교에는 유독 은행나무가 많다. 대부분 수령이 400∼500년 이상 된 보호수다. 봄여름이면 초록의 잎이,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잎이 장관을 이룬다.


K-POP 스타들이 다녀간 그곳


전주동물원 드림랜드

전주에는 드라마나 영화뿐 아니라 K-POP 스타의 화보와 뮤직비디오에 나오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도 있다. 전주시민의 대표 쉼터이자 추억의 장소인 전주동물원 안에 있는 자그마한 놀이공원 ‘드림랜드’다.

드림랜드는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범퍼카와 대관람차 등 옛 추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영화 ‘해치지 않아’ 등 다양한 작품의 촬영지가 됐다.

드림랜드를 품고 있는 동물원도 둘러볼 만하다. 과거 쇠창살과 콘크리트 바닥으로 ‘슬픈 동물원’으로 불렸던 전주동물원은 생태동물원 조성사업으로 사람과 동물 모두가 행복한 동물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 여행


첫 마중길 여행자 도서관

전주는 서울·경기 지역의 경판본과 함께 조선시대 출판문화를 이끌었던 완판본을 찍어낸 곳이다. 역사의 기록을 위해 사용된 한지가 생산된 곳이면서 임진왜란 당시 소실 위기에 있던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 착안해 전주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여행 프로그램이 ‘도서관 여행’이다. 전주시는 지난해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 비전을 선포하고 책을 중심으로 시민은 물론 여행자에게도 사랑받는 인문관광의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시민·여행객이 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시 곳곳에 다양한 책 놀이터와 이색도서관을 만들었다. 자연을 벗 삼아 시집을 읽으며 창작 활동까지 가능한 도서관부터 버려진 산업시설에 만들어진 그림책 전문도서관도 있다. 관광객이 여행 도중 휴식을 취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여행자 도서관도 여러 곳에 만들어져 있다. 매주 토요일 전용버스 2대로 도서관을 둘러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서배원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움츠러들었던 관광이 봄과 함께 기지개를 켜고 있다”며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전주에서 영화 속 주인공이 돼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