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미 정상이 중국을 사실상 배제하는 첨단기술 공급망 협력에 합의한 데 이어 인권 문제가 새로 포함되고 대만·남중국해 문제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언급하면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당장 가시적인 보복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으면서도 ‘핵심 이익을 건들지 말라‘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것’이냐고 중국이 압박해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브리핑이 없는 주말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중국과의 기존 질서를 망가뜨리고 방향을 틀면 양국과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이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안보뿐 아니라 경제, 첨단기술, 공급명 협력을 망라하는 한미동맹의 새 원칙을 중국에 설득하면서 한중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최대 외교 과제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05.21 대통령실 제공
●“대만, 인도태평양 안보 핵심 요소” 첫 포함
이번 공동선언문에서 양국 정상은 “인도태평양의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 및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미 공동성명에는 대만을 “인도태평양의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라고 규정한 대목이 없었다. 대만 문제에서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에 윤석열 정부가 협력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나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 바다의 합법적 사용 등을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고 했다. 지난해 대만 문제가 한미 성명에 포함된 뒤 중국은 중국은 “불장난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주말이라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이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 매체들이 날선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미국의 편에 서서 미중 사이의 균형을 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관차저(觀察者)왕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중국이 보복하거나 오해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점을 거론하며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한국의 희망사항일 뿐 중국은 매우 격앙돼 있다”고 평했다.
●中 매체 “한국 반드시 대가 치를 것”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의 틀을 바꿨다고 분석했다. 마샤오린(馬曉霖) 저장외국어대 교수는 21일 베이징칭녠보에 “한국이 공급망, 안보, 무역, 기술, 환경 등에서 미국의 파트너로서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평했다. 류허핑(劉和平) 국제문제 평론가는 선전위성TV에 “일본처럼 미국에 경도되는 방식으로 외교의 틀을 바꾼다면 한국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중국과의 교역, 북핵 위협에 대한 중국과의 공조 등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에 당장 구체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지만 관계 악화를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중국이 당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상황이 정리되면 한국을 향해 ‘보여주기’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는 “미국도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에서 견제와 협력을 병행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