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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사·경제 넘어 기술 동맹까지…‘中 겨냥’ 내용도 포함

입력 | 2022-05-22 21:32:00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2.5.21.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경제·에너지안보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약속했다. 두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한미 동맹을 군사 동맹과 경제 동맹에 더해 기술 동맹까지 포함시키는 다양한 ‘액션플랜(실행계획)’이 담겼다. 여기에는 대중(對中) 견제 성격을 갖는 내용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면서 “이런 국가들 사이 서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주는 경제안보 협력 기조를 만들어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20일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경제·국가안보가 좌우돼선 안 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와 맥을 같이 한다.
① 핵심·신흥기술 보호 및 공급망 안정화 협력

한미 정상은 대통령실과 백악관 사이에 경제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상설대화 채널인 ‘국가안보실(NSC) 경제안보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기존의 경제 협력을 넘어 반도체, 2차 전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공조와 공급망 구축 등을 포함한 기술동맹 핵심 의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이 더욱 긴밀히 조율하고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열리는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장관회의에 참여하고, 양국 간 조기경보시스템 연계를 통해 공급망 위기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또 반도체와 배터리, 핵심 광물들에 대한 공급망 관리를 위해 정례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를 설치하기로 했다.

한미 정상은 또 핵심기술의 외국인 투자 심사와 수출 통제에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인터넷 미래를 위한 선언’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미래를 위한 선언은 미국 주도로 중국과 러시아의 인터넷 검열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60여 개국이 동참한 선언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2022.5.20 대통령실사진기자단


②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력 강화

윤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IPEF에 참여한다는 방침도 확정했다. IPEF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디지털 경제, 공급망, 청정에너지 등에서의 협력에 방점을 두고 23일 출범하는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의 경제협력체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판 인태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한국의 인태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올해 중 전략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은 국방상호조달협정(RDP)에 대한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이 협정이 성사되면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에 이른바 ‘K방산’을 진출시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③ 해외 원전 수출 등 원자력 협력

한미 정상은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수출에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원전 최강국’ 구상 중 한 축인 ‘한미 원전 동맹’을 공식화한 셈이다. 두 정상은 원전을 청정에너지 경제 성장과 글로벌 에너지 경제 안보 증진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보고, 해외 원전 시장에서 원전 기술 이전과 수출을 위해 함께 뛰기로 했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달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한국의 기존 계획을 토대로 우주탐사 공동연구를 촉진키로 합의했다. 또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지원 협력도 재확인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7대 우주강국의 확고한 지위를 유지해 나갈 예정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