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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울산대병원 진료역량 전국 15위… 선택과 집중 통해 내실 다질 것”

입력 | 2022-05-23 03:00:00

정융기 울산대병원장



정융기 울산대병원장은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 병원은 서울의 대형 병원에 비해 환자가 적어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무조건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가겠다는 지방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산대병원 제공


“울산대병원 진료역량은 전국 15위, 비수도권 4위입니다. 그런데도 무조건 서울로 가겠다는 환자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정융기 울산대병원장(59)은 20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울산대병원을 이용하는 환자가 한 해 평균 100만 명이 넘는다. 암, 심혈관질환, 중증외상 등 중증질환 치료시설도 잘 갖춘 전국에 몇 안 되는 병원인데 모르는 시민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1000병상급인 울산대병원은 울산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이다. 울산대병원이 지난해 1∼3분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한 상급종합병원 의료보험 청구액은 2448억 원으로 전국 15위다. 전국 45개뿐인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상위 30%에 든 것.

청구액 1위인 서울아산병원의 1조1301억 원과 2위 삼성서울병원의 8960억 원, 3위 서울 세브란스병원의 8813억 원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지만 9위 고려대구로병원(2688억 원), 10위 양산부산대병원(2634억 원) 등과는 큰 차이가 없다. 의료보험 청구액은 환자 진료만으로 발생한 수익이라 병원의 진료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다.

정 병원장은 “울산대병원보다 규모도 작고 의료진도 덜 세분된 병원을 단지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지방 환자들이 무조건 가는 것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 대동맥박리와 흉부외과 중재시술인 인터벤션을 24시간 가동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며 “대구 경북과 부산, 경남 등지에서도 환자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암 환자도 예전보다 오래 산다. 꾸준히 치료를 받으려면 병원이 가까이 있는 게 중요하다”는 정 병원장은 “환자의 약 5%인 특수 분야를 빼고는 빅5 병원과 비교해도 울산대병원이 모자람이 없고, 상대적으로 환자가 적어 맞춤형 치료는 더 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의 수도권 집중 현상도 우려했다. 그는 “향후 5년 내 수도권에 약 10곳의 대형병원이 설립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병원들이 분원 형태로 추진 중인 곳은 아산병원 인천청라지구(800병상), 세브란스 인천송도지구(1000병상), 시흥 배곧 서울대병원(800병상), 김포 인하대병원(700병상) 등이다.

그는 “병원 개원에 필요한 의료진은 결국 수도권 다른 병원과 지방 병원에서 빼 갈 수밖에 없다”며 “지방 병원마다 폭풍 전야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숙련된 의료진이 유출되면 병원은 어려워지고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비해 울산대병원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정 원장은 지자체나 정치권이 지역 의료의 미래를 위해 병원을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미래 먹거리인 의생명·의과학 분야가 산업이 되려면 테스트 베드인 병원을 중심으로 연구소, 기업이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병원의 올해 매출액은 5000억 원, 직원 수는 3000명에 달한다”며 “시민들께서 자부심과 애정을 갖고 성원해 주시면 더 좋은 병원으로 거듭나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병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을 거쳐 1998년 울산대병원에 부임했다. 기획실장, 진료부원장 등을 거쳐 2017년 병원장에 취임했다. 3차례 연임하며 대학부속병원 승격, 상급종합병원 재진입, 코로나19 대응 등 어려운 여건에도 울산대병원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