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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회 매혈로 생계”… 美교사의 인플레 생존기[사람, 세계]

입력 | 2022-05-23 03:00:00

물가급등에 ‘혈장 판매’ 최후 수단
지나친 헌혈에 “기증 부적합 수치”
단백질 음료 마셔가며 매혈 이어가



물가 폭등 이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주 2회 혈장 기증을 하고 있는 교사 크리스티나 실 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가족들. 사진 출처 크리스티나 실 페이스북


18년차 유아 특수교사 크리스티나 실 씨(41)가 지난달 미국 루이지애나주 슬리델에 있는 헌혈센터에 들어섰을 때 이날도 대기실은 만석이었다. 벽면에 ‘헌혈 4회 할 때마다 기름값 20달러(약 2만5000원) 추가 제공’이란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실 씨는 지난해 말부터 6개월간 매주 2회(화, 목요일) 혈장을 기증해 왔다. 그렇게 월 400∼500달러(약 50만∼63만 원)를 벌었다.

1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물가 급등으로 미국인 수백만 명이 새로운 한계에 직면했다며 공립초등학교 교사인 실 씨의 사연을 전했다. 생활비는 거의 배로 뛰었고 빚도 1만 달러(약 1270만 원) 가까이 늘었다. 동료 교사들은 과외로 ‘투잡’을 뛰기도 했지만 두 아이의 엄마인 실 씨는 여력이 없었다. 결국 최후 수단으로 ‘혈장 판매’에 나섰다.

미국 적십자사가 권고하는 혈장 기증 횟수는 28일에 한 번, 1년에 최대 13회다. 실 씨는 주 2회 기증하다 보니 단백질 수치가 너무 떨어져 ‘기증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단백질 음료를 마셔 가며 3주 만에 정상 수치로 끌어올린 뒤 다시 기증을 이어갔다. 지난달 극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다가 의사로부터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도 너무 비싸 치료를 포기했다.

실 씨는 “내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혈장까지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줄은 몰랐다”며 “이것이 내 인생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