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 3일 방한 일정이 마무리된 22일 이번 방한의 의미와 한미 정상회담 성과 등을 설명하는 글을 본보에 보내왔습니다. 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안보, 경제 동맹에 이어 기술 동맹으로 확장하는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편집자 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 3일 방한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회담은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의 위상을 격상시킨 내실 있는 회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방한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었다는 기대감이었다.
내년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이정표를 확립했다. 군사안보, 경제기술안보, 인도태평양지역 및 글로벌 협력을 포함하여 한미동맹의 폭과 깊이가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군사안보에서 출발한 한미동맹이 어느덧 체급이 커져 이제는 공급망, 보건, 기후변화, 에너지, 디지털, 사이버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GCSA)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그 밑바탕에는 한미동맹에 대한 양국 국민의 흔들림 없는 지지와 신뢰가 있다. 아울러 우리의 높아진 위상과 역량에 대한 국제사회의 달라진 기대치가 담겨 있다.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은 열어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하였다. 비핵화는 물론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계획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해 나가겠다는 우리 신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미국은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아울러 양 정상은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의 코로나 상황 대처에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공급망 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국민 경제 및 생활과 직결되는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국민 체감형 실천적 성과를 도출한 것도 의미가 크다. 한미동맹이 말뿐 아니라 행동하는 경제안보와 기술동맹으로 가시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평택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하자마자 양국 대통령이 함께 단일 공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은 데에서도 한미 기술동맹에 대한 양국 정부와 산업계의 각별한 기대가 엿보인다.
한미 양 정상은 첨단 원자로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원전 수출 협력 확대에 대해서도 의지를 표명하였다.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바이오, 우주협력을 포함한 핵심 신흥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 양국 대통령실 간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분야별 성과를 아우르는 것이 바로 한미 정상이 새롭게 합의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비전이다. 이는 자유와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인태지역 및 전 세계의 평화, 안보, 번영에 적극 기여해 나간다는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기조 구상이다. 한미동맹의 지리적 외연을 전 세계로 넓히고, 협력의 범위도 군사안보는 물론 AI, 양자기술,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와 공급망 등 경제안보, 원자력·우주 등 미래산업, 팬데믹,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으로 대폭 확대해 나간다는 비전이다.
외교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특히 정상외교는 정상 간 우의와 신뢰가 절대적이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매일 일정을 함께하면서 개인적인 친분과 돈독한 신뢰관계를 쌓았다. 외교부 장관으로서 수행하면서 느낀 점은 두 정상이 첫 만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호흡이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는 것이다. 같은 법조인 출신에 소탈하고 격의 없는 소통 스타일,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세계관까지 닮은 점이 많다. 이러한 친밀한 유대감은 앞으로 한미가 다양한 도전을 함께 헤쳐 나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한미동맹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되고 새로운 전략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는 데 국민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박진 외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