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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원숭이두창, 코로나처럼 전파력 강하진 않아”

입력 | 2022-05-23 11:19:00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공개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AP/뉴시스


아프리카에서 유행해 온 바이러스성 질환 원숭이두창(monkeypox)이 최근 북미 유럽 중동 등에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는 “코로나처럼 전파력이 강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팬데믹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3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에게 유행하는 천연두 같은 경우는 감염재생산지수가 3에서 6 정도로 코로나에 준하는 전파력을 갖고 있지만, 원숭이두창은 그 정도의 전파력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보통 ‘에피데믹’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국소적으로 유행이 되는 상황 정도일 거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비슷한 계열의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천연두보다는 증상이 가벼운 편이다. 걸리면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피로감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며 발열 1~3일 후부터 얼굴을 시작으로 다른 신체 부위에 발진도 일어난다. 이런 증상은 2~4주가량 지속된다. 통상 몇 주 내에 무난히 회복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치사율이 최대 10%에 이른다.

이 교수는 “대부분은 가볍게 앓는다고 하지만 지금 사망률은 3~6%다. 또는 지역마다 1~10% 정도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며 “대부분은 2차 감염이 된다든지 합병증이 발생해서 사망하는 경우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초창기에는 (치명률이) 1%에서 10%까지 왔다 갔다 했는데 지금은 0.1% 정도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지금 코로나 수준 정도의 한 30배 이상의 사망률을 (원숭이두창이) 보이고 있기는 하다”고 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세계보건기구(WHO)와 스위스·이스라엘 당국이 밝힌 원숭이두창 감염의심 사례가 확인된 국가는 22일 기준 총 14개국으로 유럽과 북미,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열흘 동안 120건이 보고됐다.

이 교수는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칭해지던 원숭이두창이 유럽으로 확산한 것을 두곤 “처음엔 서아프리카 쪽에 다녀온 사람을 통해 전파됐거나 수입된 동물 등을 통해 시작돼 이후 사람 간 전파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며 “역학조사들이 나와야 유럽이나 미국으로 어떻게 유입됐는지 확인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전파 경로에 대해선 “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 동물 접촉력이 확인됐다. 일부 가족들 간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서 전파되는 사람 간 전파 사례도 보고가 됐다”며 “호흡기를 통한 전파력은 높지 않다. 대부분 감염자와 피부가 닿거나, 수포와 몸이 닿으면서 상처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파 가능성을 두곤 “우리나라와 교류가 많은 영국·미국·스페인 등 이런 곳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만큼 국내에도 일부 사례가 들어올 수는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유입 사례가 들어오는지 제대로 관찰해야 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 안정 상황이 되면서 유럽이나 미국 여행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동아일보DB

이 교수는 감염자 중 동성애자들이 있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선 “지금 전체 케이스가 다 그런 것도 아니다”라며 “아마 일부 긴밀한 접촉을 하는 그룹 내에서 확산됐을 거다 정도로만 이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원숭이두창의 치료제에 대해 “2018년에 허가된 약이 있다. 테코비리맷(Tecovirimat)이라는 약이 있는데 가격은 아주 비싼 상황”이라며 “이게 천연두에 허가된 약이었고 원숭이두창에도 치료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비해서 많은 국가가 예전에 두창 백신들을 보관해서 냉동한 상태로 비축하고 있다. 그래서 백신과 치료제는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