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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에게 자유를’…日 신칸센 반려견 전용칸 시범운행

입력 | 2022-05-23 11:32:00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에 21일 반려견 전용칸이 시범운행을 시작했다고 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일본에서 철도를 비롯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려견은 보통 이동장(欌, 케넬)에 들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신칸센 전용칸에서 반려견 21마리 모두 주인 옆 좌석에 앉아 흔치 않은 ‘자유’를 누렸다. 반려동물과 더 편하게 기차여행하고 싶다는 승객 요청이 늘자 이동장과 합쳐서 무게 10kg 이하 중·소형견을 대상으로 전용칸을 시범 운영한 것이다.


이날 반려견들을 태우고 도쿄 우에노역을 출발한 열차는 북서부 산간 카루이자와역까지 약 한 시간을 달렸다. 웰시코기와 함께 기차여행에 나선 오쿠보 요코 씨는 AFP 통신에 “여행할 때마다 가방에 넣어놔야 해서 계속 (안부를) 확인해야 했는데 오늘은 이렇게 얼굴을 보며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용칸 반려견 좌석은 청결 유지를 위해 비닐로 덮었고 강아지는 좌석 밖을 돌아다닐 수 없었다. 또 전용칸에는 공기청정기가 설치됐고 개털이 날리지 않도록 운행 직후 곧바로 청소를 했다. 치와와를 데리고 신칸센에 탄 세이노 유카리 씨는 “여행을 함께하는 동안 이동장에 둔 강아지에 마음이 쓰였는데 그럴 일이 없었다”며 “고속철도 이동은 유쾌한 일만은 아닌데 오늘은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통계전문 사이트 ‘스태티스티카’에 따르면 일본 반려동물산업 규모는 올 현재 1조7000억 엔(약 17조 원)에 달한다. BBC는 “도쿄를 돌아다니다 보면 강아지 전용 액세서리 전문점이 셀 수 없이 많고 럭셔리 브랜드 유모차(일명 ‘개모차’)도 흔하다.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반려동물 용품도 많다”며 “이렇게 정성스런 주인들에게 강아지를 이동장에 담아 두라는 건 잔인한 일”이라고 전했다.

일본 철도는 더 ‘애견 친화적’인 여행상품을 구상할 방침이다. 이날 전용칸을 운영한 JR동일본 자회사 JR동일본 스타트업은 “가족이 된 반려견이 사람과 함께 편안히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며 “이번 시범운행이 애견 친화적 대중교통을 만드는 큰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