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렵혀졌고 지쳐 있었다. 우리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내가 그것(전쟁)의 일부라고 느끼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그것의 일부가 돼 있었다”
러시아 초급 장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작한 전쟁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털어놨다고 22일(현지시간) CNN이 전했다.
전장에서 수류탄 상자를 깔고 잠을 청했던 이 장교는 전쟁을 치르면서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죄책감이 생겼고 이것은 그가 치를 싸움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등 서방의 관리들에 따르면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과 병참 문제, 사기 저하 등으로 진군이 더뎌지고 있다.
영국 정보부와 사이버안보 기관은 일부 러시아 군인들은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까지 전쟁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22일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에 주둔하던 자신과 나머지 대대가 아무런 설명 없이 휴대전화를 넘겨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날밤 군용 차량에 조로처럼 ‘Z’자를 그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장교는 “우리는 다음날 크림(크름)반도로 끌려갔다. 나는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될줄을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이 장교는 “우리는 왜 여기(우크라이나)에 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장교는 “우리는 이번 작전의 목표가 무엇인지 몰랐다”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이고 우크라이나의 비(非) 나치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병사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CNN에 “외교적인 해결책이 나오길 희망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장교는 “우리 부대는 헤르손으로 향했다”며 “나는 카마즈 트럭에 앉아 있었다. 나는 권총과 수류탄 2개를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교는 “우리가 우크라이나로 넘어간지 2~3일째 되는 날 우크라이나의 반격도 격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의 박격포 공격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장교는 자신은 왜 우크라이나로 보내졌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유일한 군인은 아니었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전쟁에 투입된 군인들에게 보너스가 지급될 것이라는 소식에 들떠 있었다”며 “전쟁범죄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장교는 “라디오 수신기가 있어서 뉴스를 듣게 됐다”며 “러시아에서 상점들이 문을 닫고 경제가 붕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용기를 내 사령관에게 사임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며 “사령관은 군복무를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군사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인권단체 ‘병사어머니위원회’의 발렌티나 멜나코바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러시아 군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첫번째는 사기 등 심리 상태와 관련이 있다. 두번째는 도덕적 신념과 연관성이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부에 따르면 일부 러시아 부대 특히 러시아 남부 8군의 제150 자동소총사단의 경우 60~70%의 병사들이 복무를 거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2만2000명이 넘는 러시아군이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