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퍼즐로 꼽혀온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전격 사퇴했다.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등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에 법적, 도덕적 문제는 없으나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후임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추리고 검증에 들어갔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9시 반경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저 정호영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밑알이 되고자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수많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행위가 밝혀진 바가 없고,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 제시를 통해 이러한 의혹들이 허위였음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되고 있고, 저도 그러한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저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셨던 분들이 있다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며, 오늘의 결정을 통해 모든 감정을 풀어 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한 총리 인준 문제로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갈 당시 참모들에게 “야당이 ‘정호영을 자르면 한덕수를 인준해 주겠다’고 하는데 내가 그것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도 “그래도 야당이 먼저 (한 총리를) 인준해 준다면 나도 어떻게 (정 후보자와) 그냥 가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기류를 읽은 여권도 ‘선(先) 한덕수 인준, 후(後) 정호영 정리’에 무게를 싣고 민주당과 물밑 협상을 벌였고, 결국 한 총리 인준에 대한 협조를 이끌어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정 후보자에게 거취를 정리해 달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한 인사를 통해 지난주 중반부터 정 후보자를 설득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정 후보자가 지난 주말을 넘기면서도 거취에 대한 답을 주지 않자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그간 윤 대통령의 지명 철회보다는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무게를 두고 전방위로 사퇴 압박을 벌였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명 철회는 인사권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대구 지역 및 여당 중진 의원들을 통해 정 후보자에게 이 같은 기류가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정 후보자가 사퇴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1기 내각의 장관 후보자 18명 중 총 2명이 낙마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