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해요.” 한용운이 지은 시의 한 구절이다. 평론가들은 이 복종을 타율적 복종이 아닌 자발적 복종, 저급한 가치나 일제 권력에 대한 복종이 아닌 절대자의 진리, 민족의 독립과 같은 숭고한 가치에 대한 복종이라고 해석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이해관계와 책임이 부가되면 기꺼이 자유를 위나 아래 혹은 매뉴얼에 넘긴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 타인의 자유를 제약하고 희생하는 따위야 우습다. 그래서 절대자의 자유에 대한 복종이 개인이 자기 이익을 위해 실행하는 자유보다 더 자유롭고 정의로운 것이 될 수 있다.
자유와 복종은 전쟁에서도 늘 갈등을 일으킨다. 상급 부대의 부당한 명령, 잘못된 지시에 맹종해야 하는가? 오전까지는 올바른 지시였지만 순식간에 잘못된 지시로 바뀌는 경우도 전쟁터에서는 허다하다. 제1차 세계대전 최악의 참사로 꼽히는 솜 전투 때 한 영국군 중대는 전방의 독일군 고지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침 독일군이 교대하느라 철수한 틈에 전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군 중대장의 목표는 다른 곳이었고, 그 고지 공격을 담당한 중대는 진격 중에 와해되고 말았다. 이런 경우 지시대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현장 지휘관의 재량으로 목표를 변경해야 하는가?
임무형 전술을 발전시킨 독일군은 “우리라면 당장 고지로 갔다”고 말한다. 반론도 있다. 그 임무형 전술 덕분에 실패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어떤 이는 독일군이 항상 처음에는 기발하고 대담하지만 꼭 결정적인 순간에 방향감각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것이 전통이고,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임무형 전술도 본질은 절대가치에 대한 복종이다. 그 본질은 리더의 책임감이다. 전장의 상황은 급변하고 어떤 지시도 돌발 상황을 다 커버하지 못한다. 이때 지시와 매뉴얼에 숨지 말고 리더의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 본질이다. 그래서 나는 임무형 전술을 좋아한다. 권한은 크고 책임은 지지 않는 리더, 대중의 감성에 편승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리더를 그만 좀 보고 싶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