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국민 눈높이에 부족, 겸허히 수용”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며 23일 자진 사퇴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43일 만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객관적 자료와 증거들로 의혹들이 허위임을 입증했으나 국민의 눈높이에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됐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 부원장을 지낸 시기 두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하고 아들이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鄭 “여야 협치 한알의 밑알 되겠다”… 尹, 지난주 한덕수 인준 여야 대립때
“野 인준 해주면 어떻게 그냥 가겠나”… 참모진에 ‘정호영 정리’ 가능성 언급
대통령실, 후임 물색해 검증 착수… 후보군에 윤도흠-인요한 등 거론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퍼즐로 꼽혀온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23일 전격 사퇴했다.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등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에 법적, 도덕적 문제는 없으나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후임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추리고 검증에 들어갔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9시 반경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저 정호영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밑알이 되고자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그간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 아들의 병역 의혹 등에 대해 법적, 도덕적 문제가 없다며 낙마 가능성에 선긋기를 해왔다. 그런 정 후보자가 결국 사퇴로 입장을 정리한 데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 문제로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갈 당시 참모들에게 “야당이 ‘정호영을 자르면 한덕수를 인준해 주겠다’고 하는데 내가 그것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도 “그래도 야당이 먼저 (한 총리를) 인준해 준다면 나도 어떻게 (정 후보자와) 그냥 가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기류를 읽은 여권도 ‘선(先) 한덕수 인준, 후(後) 정호영 정리’에 무게를 싣고 민주당과 물밑 협상을 벌였고, 결국 한 총리 인준에 대한 협조를 이끌어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정 후보자에게 거취를 정리해 달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한 인사를 통해 지난주 중반부터 정 후보자를 설득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정 후보자가 지난 주말을 넘기면서도 거취에 대한 답을 주지 않자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그간 윤 대통령의 지명 철회보다는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무게를 두고 전방위로 사퇴 압박을 벌였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명 철회는 인사권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대구 지역 및 여당 중진 의원들을 통해 정 후보자에게 이 같은 기류가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정 후보자의 후임을 물색해 검증 단계에 들어간 상태로 알려졌다. 보건복지 현안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보건의료 전문가이면서 병원 운영 등 행정 경험이 있는 인물을 후보군으로 추렸다고 한다. 윤도흠 차의과대 의무부총장, 인요한 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 소장 등이 거론된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