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EPL 득점왕] 23골 터뜨려 살라흐와 공동 영예 “새벽 응원해준 모든 팬들에 감사”… 尹대통령 “아시아 축구 경사” 축전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이 23일 열린 EPL 노리치시타와의 최종 38라운드 경기 뒤 라커룸에서 득점왕 트로피인 골든 부트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출처 토트넘 트위터
손흥민은 23일 노리치시티와의 2021∼2022시즌 EPL 최종 38라운드 경기에서 22, 23호 골을 터뜨리며 팀의 5-0 승리를 이끌고 살라흐와 공동 득점왕이 됐다. 살라흐는 이날 울버햄프턴과의 경기에서 한 골을 넣었다. 경기 후 골든부트(득점왕 트로피)를 받아든 손흥민은 “정말 무겁다. 엄청난 하루였다”고 말했다. 또 인스타그램엔 “6만 명의 관중 속에서 유독 태극기와 한국분들의 얼굴은 참 잘 보인다”며 “새벽에 TV를 보며 응원해주시는 모든 팬분께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3일 0시에 시작된 손흥민의 경기를 중계한 SPOTV 시청률은 이 채널 역대 최고인 5.4%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손흥민에게 축전을 보내 “아시아 선수 최초 득점왕은 개인의 영예일 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계 모두가 축하할 경사”라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손, ‘유럽 5대 빅리그’ 최초 아시안 득점왕…“어릴적 꿈 이뤘다”
SON, 세계 최고리그 ‘SUN’으로
혹독한 양발 슈팅 훈련 덕에 23골중 왼발 12골-오른발 11골
슈팅 성공률도 26.7% 톱5중 1위… 페널티킥 없어 순도 높은 득점왕
마지막 경기서 22, 23호 골 손흥민(토트넘)이 23일 노리치시티와의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 라운드 경기 후반 25분 4-0을 만드는 자신의 이날 첫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솟아오르며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5분 뒤 또 골을 넣고 팀의 5-0 완승을 이끈 손흥민은 시즌 23골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득점 공동 1위가 되면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EPL 득점왕이 됐다. 손흥민은 24일 오후 귀국한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손흥민은 이번 시즌 무함마드 살라흐와 같은 35경기에 출전해 나란히 23골씩 넣고 득점 공동 1위에 올랐지만 이른바 ‘골 순도(純度)’ 면에서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다. 손흥민의 23골 중엔 페널티킥 골이 없다. 하지만 살라흐는 5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었다. 살라흐는 팀의 페널티킥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손흥민이 시즌 막판까지 계속 살라흐에게 뒤져 있을 때도 유럽의 축구전문 매체들이나 레전드 선수들이 손흥민의 득점력을 더 높이 평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EPL에서 페널티킥 골 없이 득점왕에 오른 선수는 손흥민이 4번째다.
하지만 손흥민은 23골 중 왼발로 12골, 오른발로 11골을 터뜨려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손흥민이 프로선수 출신인 아버지한테서 축구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 땐 오른발잡이였지만 지금은 양발잡이로 불리는 이유다. 유럽 축구전문 사이트들 중 일부도 손흥민 프로필에 ‘two-footed player(양발잡이 선수)’라고 표시해 놓고 있다. 손흥민이 지금처럼 양발을 잘 쓰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혹독할 정도의 연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빅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 프로 데뷔를 한 뒤에도 하루 1000개씩 슈팅을 때리는 훈련을 한 달 이상 한 적이 있다. 왼발 사용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바지를 입을 때도 왼발부터 집어넣었고 양말을 신을 때도 왼발부터였다. 손흥민이 “어릴 때부터 꿈꿨던 일인데 지금 내 손 안에 있다”며 득점왕 수상 소감을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런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최고의 골게터’로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에 중국과 일본에서도 박수를 보냈다. 중국 매체 왕이(綱易)는 “월계관을 쓴 살아있는 축구 전설을 보며 아시아인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고, 일본 축구 국가대표 출신 오카자키 신지(36)는 “손흥민은 아시아 국가 축구 선수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