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다. 2022.5.23/뉴스1
#1. 최근에 친구랑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고 냉면 한그릇씩 먹고 나왔는데 6만6000원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업도 잘 안되는데 물가까지 치솟다 보니 외식이 부담스럽네요“(40대 개인사업자 박모씨)
그는 친구와 삼겹살 3인분(4만2000원)에 소주 3병(1만2000원)을 마시고 후식으로 냉면 2인분(1만2000원)을 먹었을 뿐이었다.
#2. ”2년 전만 해도 아내, 어린 아들과 함께 동네 삼겹살집에서 6만원 정도로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10만원 가까이 들다 보니 고기를 추가 주문하려면 망설여집니다.“(40대 직장인)
◇ 가족 외식 10만원 ‘기본’… 김치찌개도 1만원
치솟는 물가는 이미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24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삼겹살집 1인분 가격은 올해 4월 1만4538원으로 2년 전 같은 달 1만3923원보다 4.4% 올랐다.
통계상으로는 4.4%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외식을 하는 사람들의 체감 상승률은 더 크다. 지역별로 가격 편차가 있고, 주류 가격도 상승한 때문이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외식을 자주 하는 서울 종각 일대와 강남역 일대는 삼겹살 1인분 가격이 대부분 1만6000원 이상이다.
여섯살 아들은 둔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주말에 아내, 아들과 함께 삼겹살집에 가 고기를 조금 추가해 먹었더니 10만원 가까이 나왔다“며 ”괜히 외식했다는 후회가 들었다“고 고백했다.
두 자녀를 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기름값부터 식재료까지 안 오른 것이 없다“며 ”체감상으로는 가계 지출이 작년보다 60% 정도 증가한 것 같아 저축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호소했다.
점심을 외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들도 외식 물가 상승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45, 남)는 ”자주 가는 김치찌개 식당이 연초에 9000원으로 올리더니 얼마 전 1만원으로 조정했다“며 ”분식집에서 라면에 김밥을 먹어도 1만원 가까이 나온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도 ‘울상’…물가 급등에 ”모두가 패자“
외식물가가 올랐지만 자영업자들의 표정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급등한 원자재 비용을 가격에 다 반영할 수가 없어서다. 그만큼 이윤은 줄어들게 된다.
A씨는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원가가 20~30% 올랐고, 깻잎 등도 가격이 올랐는데 보통 이러면 우리 같은 소매서는 50% 정도 가격을 올려야 한다“며 ”그런데 그렇게 하면 있는 손님들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서 조금만 인상했다“고 난감해했다.
참가격에 따르면 깻잎은 100g 기준 2193원으로 1년전 1553원보다 41.2% 급등했다. 최근 깻잎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삼겹살집이 사라진 이유다. 상당수 삼겹살집은 아예 깻잎이 없거나 손님들이 요청해야 제공하는 실정이다.
프랜차이즈 식당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한번 올렸는데 인건비에 식자재 값 등 안오른 것이 없어 아무래도 음식값을 한번 더 올려야 할 것 같다“며 ”손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하림, 풀무원, CJ제일제당은 최근 아이들 대표 간식인 치킨너겟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하림 치킨너넷 480g, 풀무원 치킨너겟 오리지널 치즈 550g은 각각 500원씩 가격을 올렸고, CJ제일제당 고메 치킨너겟은 1000원을 올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국내 물가상승률은 4.8%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0월(4.8%)이후 13년6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달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따른 보복 소비효과까지 더해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물가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를 비롯한 우리 먹거리 원재료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는데 가격이 치솟고 있다“며 ”원화 가치도 떨어지면서 수입가격이 더 올랐고 이는 하반기 도미노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