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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 줄줄이 전시 취소…동네 거리가 미술관 됐다

입력 | 2022-05-24 10:44:00

문예위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미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팬데믹으로 예정된 전시가 연기되거나 취소가 되던 상황에 혼란스러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서 운 좋게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접하게 됐죠.”

금호미술관, 일민미술관 등 국내 유명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해온 정소영 작가(43)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함께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미술’ 사업을 통해 서울 강동구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사거리에 ‘땅-비’ 작품을 설치했다. 이 작품은 설치된 암사동 일대가 신석기 선사 유적지라는 데 착안해 빗살무늬토기 형태를 살린 조형물이다. 정 작가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위에서 내려다볼 때와 도로변을 지나가는 차량의 운전자들이 스치며 바라본 조형물의 모습은 각도별로 다른 관람의 묘미가 있다”며 “미술관이 아닌 야외에서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매력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동네미술’ 프로젝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계를 돕고자 정부가 94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각 지역 유휴 공간 226개소를 활용한 조형 작품 등의 전시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팬데믹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도 있다. 현재까지 정소영 작가 등 유명 작가를 비롯해 총 8481명이 혜택을 받았다. 사업 대상지와 작가 선정, 작품 계획, 설치 등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삶의 공간과 어울리는 벽화나 조형물을 세울 수 있다. 문예위 관계자는 24일 “우리동네미술 사업을 통해 전국에 27개 벽화 작품, 107개 조형물 설치 등 총 335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설치물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참여해 완성한 프로젝트도 인기를 얻었다. 서울 중구 다산동 주민 100여명과 13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악기를 만들어 전시 및 공연을 진행한 ‘중구난방-시간의 소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중구난방…’을 기획한 신제현 작가는 “지역 주민들이 오래된 냄비, 사용하지 않는 자개장을 활용해 각자 악기를 만들어 연주와 공연까지 했다”며 “주민들의 호응이 컸고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어든 예술인들 입장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제주 우도 주민들을 참여시켜 영상 작업 등을 진행한 ‘우도 9경 프로젝트’, 지자체 소유의 문화재 공간을 예술가와 협력해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한 광주 동구의 ‘시티즌랩-별별랩서’ 프로젝트도 지역과 연계한 공공미술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