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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추천한 명의]“통증 심한 난치성 자궁경부암… 환자가 외롭지 않게 같이 싸울 것”

입력 | 2022-05-25 03:00:00

<6> 김희승 서울대병원 교수
암세포가 몸 곳곳에 퍼진 경우… 수술-방사선 치료 효과 크지 않아
골반 안쪽에 암 침범했을 땐, 출혈 위험 있어 수술 난도 높아
13∼15세에 예방주사 접종하고, 바이러스 유입되지 않도록 주의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 교수는 여성암 명의들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최고의 자궁경부암 명의에 이름을 올렸다. 김 교수는 특히 난치성 자궁경부암의 치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난치성 자궁경부암은 외로운 병입니다. 병이 진행되면서 생기는 통증, 악취 등으로 가족들조차 환자 곁에 있기 힘들기 때문이에요. 환자가 외롭지 않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동아일보가 전하는 몸과 마음의 건강 ‘헬스동아’가 여성암과 싸우는 여성암 명의들을 직접 인터뷰해 최고의 명의를 선정했다.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45)는 자궁경부암 명의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 교수는 특히 난치성 자궁경부암의 치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 교수를 만나 국내 난치성 자궁경부암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자궁경부암의 원인이나 기전에 대해 연구한다고 들었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발병과 연관성이 높은 마이크로아르엔에이(microRNA)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 연구로 찾아낸 것만도 10여 종에 이른다. 이런 마이크로아르엔에이를 활용한 백신이나 약제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 아직까지 사람에게 적용하기는 어렵고 동물실험 단계에 있다.”

―난치성 자궁경부암은 어떤 병인가.

“초기 자궁경부암은 수술로 병변을 제거한다. 진행성 암인 경우 방사선요법을 시행한다. 난치성 자궁경부암은 이런 치료에도 경과가 좋지 않은 환자다. 암세포가 골반을 뚫고 안쪽으로 침범해 다리의 신경과 다른 기관에까지 퍼진 경우다. 문제는 통증이다. 어떤 환자는 통증이 너무 심해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표현한다. 이 경우 마약성 진통제로도 조절이 어렵다.”

―난치성 자궁경부암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당시 골반 벽으로 암이 침범하는 난치성 자궁경부암을 수술했던 의사가 전 세계에 딱 한 분 계셨다. 독일 의사였다. 그분의 논문을 보고 수술법이 궁금해 단기연수도 다녀왔다. 결국 수술은 거의 보지도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마침 난치성 자궁경부암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셨다. 환자 동의서를 받고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수술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 출혈이 심해 수혈만 80번 정도 했던 것 같다. 결국 9시간에 걸쳐 수술을 끝냈다. 그래도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환자는 같은 부위에 암이 재발해 돌아가셨다. 그 후로 5년 정도 지나니 수술 경험이 쌓여서 다행히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 난치성 자궁경부암 수술을 하는 의사가 많지 않은데… 수술법이 다른가.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와 인접한 방광, 장, 질 부위만 제거한다. 반면에 골반 안쪽까지 암이 침범하면 그 부위의 혈관을 모두 잘라내야 한다. 혈관은 대동맥, 대정맥으로 나뉘고 여기서 수많은 혈관들이 갈라지는데, 이 혈관의 반을 암세포와 함께 제거해야 한다. 수술을 하다 보면 혈관이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다. 자칫 혈관이 터지면 대량 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수술이다.”

―난치성 자궁경부암도 치료를 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나.


“우선 난치성 자궁경부암 환자는 통증이 심하다. 수술을 하면 이런 극심한 통증은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완치의 희망을 말하기는 어렵다. 난치성 자궁경부암은 여러 가지 치료를 다했는데도 도저히 방법이 없는 경우다. 환자는 이 병이 어떻게 진행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단지 수술을 받으면 악취와 통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고 남은 생을 가족들 곁에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가 소중한 환자에게 단 몇 개월이라도 통증에서 자유롭게 해드리는 게 저의 사명이라 생각하고 수술을 하지만 아직까지도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

―자궁경부암은 예방주사가 있다. 일반적으로 성관계가 없는 연령대에 맞아야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성인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나.


“자궁경부암 백신은 가능하면 성관계를 가지기 전에 접종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첫 성 경험 나이를 고려해 13∼15세를 접종 연령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미 성관계 경험이 있는 성인들도 백신 접종을 하면 65∼70% 정도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이 여의치 않다면 국가검진만 잘 받아도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평소 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 자궁 건강관리법이 있다면….

“자궁경부암 예방에는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 물론 같은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더라도 감염 여부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 이는 감기에 걸린 사람과 함께 있었더라도 누구는 감기에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는 것과 같다.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유입이 됐느냐도 관건이다. 바이러스는 점막이나 점액에서 잘 살아남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뒷물’이 있다. 이때 씻는 방향은 앞에서 뒤로 해야 항문 주위의 바이러스나 균이 질이나 요도로 들어가지 않는다. 여성분들은 이런 뒷물도 감염 경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 밖에 특별히 식습관, 운동 등에 영향을 받는 질환은 아니기 때문에 정기검진 잘 받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면 된다. 조기에 발견하면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한 암이 자궁경부암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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