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이래 최악의 외환위기를 겪어온 스리랑카가 유가를 사상 최고로 올리며 2200만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칸차나 위제케라 에너지 장관은 전날 “국영기업인 실론 석유공사의 막대한 손실을 막기 위해 새 요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대중교통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디젤 가격은 ℓ당 289루피(약 1011원)에서 400루피(약 1395원)로 38% 인상됐으며, 휘발유 가격은 ℓ당 338루피에서 420루피로 올랐다.
스리랑카는 극심한 외환위기 속 경제난과 함께 사회적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외환보유고가 70%나 급감, 외환보유고의 20배가 넘는 대외 채무로 연료와 가스, 의약품 등 필수 수입품 조달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스리랑카의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33.8%, 식품 분야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45.1%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구매력 평가 기법 등을 활용해 물가상승률을 다시 측정할 경우 전년 대비 122%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최악의 외환 부족 사태를 겪다 지난달 18일 자로 만기가 돌아온 2건의 국채 쿠폰(약정금리)을 지불하지 못했다. 2023년, 2028년 만기 달러 채권 이자는 7800만 달러(약 1000억원)에 이른다.
스리랑카는 지난달 510억 달러 규모의 외채에 대한 국가 디폴트를 발표했고, 구제금융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논의 중이다. 다만 IMF와 긴급 구제금융을 논의할 재무장관 자리는 현재 공석인 상황이다.
스리랑카는 2005~2014년 국가를 철권 통치한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77)의 동생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현 대통령(73)이 지난 2019년 집권한 이래 형제가 다시 정권을 장악하고 내각 주요직을 다른 형제와 사촌 등이 독식해왔다.
이에 성난 민심이 들끓자 지난 9일에는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어 야당의 라닐 위크레메싱게 의원이 지난주 총리로 임명됐다.
민심은 가라앉지 않고 시위대는 대통령의 퇴진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고타바야 대통령은 버티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