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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일부라도 살아 숨 쉬었으면…” 30대 정비사, 4명에 ‘새 생명’

입력 | 2022-05-24 16:47:00

박병일 정비사 유족, 장기기증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장기 기증을 못 받아 임종을 앞둔 또 다른 자식과 이웃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경남 거제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정비사 박병일 씨(36)의 아버지 박인식 씨는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박인식 씨는 아들 병일 씨의 몸 일부라도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에 장기(심장, 간, 신장 좌·우) 기증을 결심했다. 그렇게 병일 씨는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병일 씨는 이달 16일 선자산 등산로 정비에 필요한 자재를 옮기는 작업을 위해 헬기에 탑승했다. 헬기는 같은 날 오전 8시 40분경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탑승했던 3명 중 기장이 숨지고, 병일 씨와 부기장이 크게 다쳤다. 병일 씨는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충북 음성군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병일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항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육군 항공대 부사관이 됐다. 7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한 병일 씨는 5년가량을 헬기 정비사로 일했다. 최근에는 충북 소방서 입사를 준비했고, 서류 면접을 통과해 6월 구술 면접을 앞둔 상황이었다.

7년 전 암 투병하던 큰딸을 먼저 보낸 병일 씨의 부모는 하나 남은 아들마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믿을 수가 없었다. 병일 씨의 가족은 억장이 무너졌지만 고심 끝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런 아픔 속에서도 이런 결정을 내려준 부모님께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