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만든 장편영화 칸서 공개…‘빅팬’ 자처하는 현지인-관광객 몰려 박해일-탕웨이 주연 ‘헤어질 결심’, 세밀한 미장센으로 심리변화 묘사 朴 “지루한 구식영화 환영해줘 감사”…다수의 호평 속 “너무 난해” 평가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 레드카펫에 영화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가운데)과 주연 배우 탕웨이(왼쪽), 박해일(오른쪽)이 각국 취재진 앞에 섰다. 박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장편 영화 ‘헤어질 결심’이 세계 최초로 상영된 극장 주변은 이날 박 감독의 영화를 보려는 팬들과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칸=AP 뉴시스
“박찬욱 감독 영화는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부터 시작해 모두 봤어요. 오늘 표를 못 구하면 내일도 와서 기다릴 거예요.”
23일(현지 시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상영된 칸 뤼미에르 극장 앞에 팬들이 티켓을 구한다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 감독이 ‘아가씨’(2016년)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장편영화 ‘헤어질 결심’이 세계에서 처음 공개된 이날 극장 앞은 그의 ‘빅팬’을 자처하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한글로 ‘헤어질 결심’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티켓을 구하던 회사원 애나벨 퓨더 씨는 “박찬욱은 사회 현상을 세련되게 뒤틀 줄 아는 최고의 감독”이라고 말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박해일·왼쪽)이 서래(탕웨이)를 수사하던 중 함께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CJ ENM 제공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변사사건을 풀어낸 영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미장센의 천재’로 불리는 박 감독답게 귀퉁이 소품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영상화한 듯 안개가 낀 듯한 화면은 고전미를 더한다. 박 감독은 상영 전 “어른스러운 영화를 목표로 했다”며 ‘품위’를 강조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간 다음 5분 안팎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경쟁부문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치고는 짧았다. 감독과 배우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방송 장비가 작동하지 않아 관객들이 이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영향도 있었다. 박 감독은 “길고 지루한 구식 영화를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관객 반응은 엇갈렸다. 영화적 미학 면에선 세계 최고라는 극찬과 함께 이야기가 난해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영화사에서 일하는 데이비드 리트백 씨는 “영화 속 모든 묘사가 생생하면서 아름다웠다”며 “모든 게 조화롭게 모여들며 마무리됐다”고 했다. 프랑스 관객 알투 밀러 씨는 “박 감독이 보여주는 미장센은 최고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와 장면이 담겨 복잡했다. 이야기가 갈수록 난해해진다”고 했다.
칸영화제 공식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는 경쟁부문 진출작 21편 가운데 24일(현지 시간) 오후 1시까지 공개된 12개 작품 중 ‘헤어질 결심’이 영화전문기자 등 전문가들로부터 평점 3.2점을 받아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영화제에는 ‘헤어질 결심’과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한국영화 ‘브로커’까지, 2편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브로커’는 26일 처음 공개된다. 이미 한 차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인 만큼 ‘브로커’가 황금종려상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여기에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 문수진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각질’까지 한국영화는 모두 5편이 초청돼 K콘텐츠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분위기다.
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