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회복 못하자 장기기증 결정 유족 “아들 심장 뛴다 생각하면 위안”
“언젠가 TV에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이 나오자 아들이 ‘아빠, 그냥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을 살리고 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지나가듯 말했던 게 생각났습니다. 그게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4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된 고 박병일 씨(35·사진)의 아버지 박인식 씨(64)가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한 고인의 장기 기증 이유다. 이날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 씨가 19일 부산대병원에서 심장과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헬기 정비사였던 박 씨는 16일 타고 있던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박 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박 씨 가족의 슬픔은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다. 7년 전 박병일 씨 누나가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박 씨는 “단 한 번도 가족들 앞에서 험한 말을 한 적이 없던 착한 아들까지 떠나보내게 되어 허망하다”면서도 “아들의 심장이 누군가의 몸 안에서 뛰고 있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