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서울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모든 고위공직자를 효과적으로 수사하기 어렵다. 검사 비리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제도적으로는 가능한데, 현실적으로는 수사 역량과 수사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유보적으로 답했다.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이 16일 “권력기관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의 대의명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 것과도 비교된다. 지난해 1월 출범한 뒤 약 1년 만에 존폐 논란마저 일고 있는 공수처는 수사기관 개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
우수자원 유입할 제도 먼저 필요
―공수처 출범 1년을 평가한다면….
―앞으로 공수처는 어떤 수사를 해야 하나.
“현재 조직으로 법에 규정된 모든 고위공직자를 효과적으로 수사하기는 어렵다. 공수처는 다른 조직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검사 수사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에서 제일 문제됐던 것이 뭐였나. 경찰이 검찰 관련자를 수사하면 검사가 경찰 수사를 막는 ‘제 식구 감싸기’ 아니었나. 검사 비리를 수사하는 것은 공수처에 꼭 필요한 기능이고, 전체적인 시스템에서 공수처에 적격이다. 나머지 부패범죄 등은 다른 기관이 수사해도 상관없다. 검사 수사를 경찰이 하면 싸우는 꼴이 된다. 형사사법기관은 전문성을 합쳐서 범죄에 대응해야 된다.”
―공수처장은 증원을 요구했다.
“증원도 일리는 있다. 증원보다는 우수한 자원이 공수처에 오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인원이 적은 문제는, 전체적으로 일을 줄이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면 해결할 수 있다. 고소 고발 수천 건을 다 할 수 없으니 핵심 사건에 한정해서 알맞은 인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적으로 누구도 공수처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
이상원 교수는 수사를 담당하는 A에 대해 B가 리뷰하고,경찰은 검찰, 검찰은 외부 제3의 기관에서 수사 타당성과 적법성을 리뷰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중수청 신설돼도 수사력 담보돼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이 논의되고 있다.
“이상적으로 된다면 수사 역량이 있는 사람이 중수청에 가서 수사를 하고, 중수청의 수사를 검찰이 감독하는 식으로 짜면 될 것 같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직접 수사보다는 현장에서 수사하는 경찰이나 중수청을 감독하는 쪽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중수청의 수사 역량에 대한 담보가 있어야 하고, 신설 기관이 안착될 때까지는 수사가 제대로 안 될 리스크는 있다.”
―수사와 기소 분리가 선진국 추세 아닌가.
“그 환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 권한이 커지고 남용의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사는 기소할지 불기소할지 판단하기 위한 것이고, 수사의 결과 이루어지는 기소와 불기소는 동전의 양면이다. ‘수사는 (형벌을 받아서가 아니라) 수사 그 자체가 고통이다’라는 말이 있다. 수사와 기소로 나눈들, 나아가 수사를 또 세분해서 수사 개시와 진행과 종결로 나눈다 한들 수사받는 사람 입장에선 (세부 분야를 맡은 수사기관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절대적 권력으로 다가온다.”
―그러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수사를 담당하는 A에 대해 B가 리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조직 내 검토는 한계가 있다. 경찰은 검찰, 검찰은 외부기관 그러니까 제3의 기관에서 수사 타당성과 적법성을 리뷰 받아야 한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대배심 제도를 얘기했다. 하지만 대배심은 수사 전문가는 아니다. 수사심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일정한 기능은 하겠지만, 수사 전문가도 아니고 보고를 듣고 단시간 회의에서 판단하는 것이어서 효과적 감독이나 해결책은 아니다. 적법성과 타당성을 감독하는 다른 기구가 있어야 한다.”
―사상 첫 검찰 출신 대통령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검찰 수사권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워낙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게 부당한 면이 많으니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의 공약 중에 검찰의 예산권 독립은 재고해야 한다. 사법부의 예산 독립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찰의 예산독립 공약 재고해야
―검찰의 과도한 수사에 대한 우려도 있다.
“수사건 입법이건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니까 상대방 진영에서 반발한 것이다. 수사도 비례의 원칙을 지켰으면 한다. 과도한 수사를 할 가능성도 있는데 감시가 필요하다.”
―최근 검찰 개혁은 어떤 의미가 있나.
“일제강점기 경찰사법이 광복 이후 검찰로 이동했지만 경찰의 힘도 상당했다. 검찰이 전면에 나선 게 유신 때인 1973년 형사소송법 개정이었다. 형사사법 제도 핵심을 검사로 만들었다. 이게 뒤바뀐 게 1995년 영장심사 제도였다. 피의자가 판사 앞에서 항변할 기회를 제공했다. 2007년 공판중심주의 도입으로 본안 재판에서 판사가 검찰 기록에 의존하는 것이 약해졌다. 독재 국가일수록 경찰이 힘이 세고, 민주사회로 갈수록 공개된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한다. 우리나라가 경찰사법에서 검찰사법, 법원사법으로 잘 발전해 온 것이다. 2020년부터 경찰사법으로 몸을 틀었다. 역사 발전 방향에서는 반동이고, 거꾸로 된 전도된 개혁이다.”
―가장 잘못된 부분은 뭔가.
“결정적인 하자는 검찰 비판의 핵심은 특수사건인데, 엉뚱하게 형사사건의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것이다. 2020년엔 오른팔이 아픈 환자의 다리를 자르고, 최근엔 오른팔을 고칠 생각은 안 하고 또 목을 자른 꼴이다. 검찰 수사를 없애면 그 수사를 경찰이 하게 되는데, 그러면 경찰이 직접수사를 했을 때 검찰과 같은 문제가 안 생길 것인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됐다.”
―경찰에 시간을 주면 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경찰은 치안을 담당하는 일종의 시원(始原)적 권력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정권을 수사하려면 경찰이 아닌, 다른 데서 수사할 필요가 있다. 외국,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정치인이 연루된 것들은 경찰이 아닌 곳에서 수사한다. 경찰이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사건들이 있다.”
―민주당은 왜 검수완박법을 추진했나.
“노무현 정부 때는 정치가 검찰에 영향을 안 미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제도보다는 운영에 의해, 가급적이면 검찰 수사에 개입을 안 하려고 노력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유죄를 받으면서 민주당에선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하는 것을 막아야겠다, 그래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국민 권익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국민을 추상적으로 보면, 권력자의 자기 이익수단이 된다. 추상적 국민이 아닌 구체적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첫 번째는 피해자인데, 범인이 잡히고 피해가 복구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억울한 피의자로 몰리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 인권이나 수사 절차의 적법성도 지켜줘야 한다. 세 번째는 일반인이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개정안은 세 분야의 국민 어느 곳도 행복하지 않다.”
―헌법재판소에서 논란이 될 부분은….
“검사라는 제도를 왜 만들었나. 경찰 수사에 대한 인권 옹호 기관이 검사의 본질적 책무다. 영장 청구권도 인권 옹호에 관한 것이다. 법률이 아닌 헌법에 영장 청구권을 명시했고, 국무회의 의결사항에도 검찰총장 임명권이 있다. 검찰이라는 조직을 헌법이 규정한 것이다. 인권 옹호 기관으로서의 검찰이 헌법적 결단이라면, 수사 감독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은 이에 반한다. ”
―노무현 정부 형사소송법 개정은 어땠나.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땐 논의 자료를 인터넷에 올리는 등 논의 과정이 투명했다. 당시 검찰 권력이 약해졌지만 검찰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형사사법 제도처럼 국가의 근간을 바꾸는 것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부작용이 있는지, 기대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 이상원 교수는 ::
1992∼2008년 법관 생활을 하면서 서울지법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헌법재판소 파견 근무를 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전직한 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 대검찰청과 경찰청 인권위원 등을 역임했다.
정원수 논설위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