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4박5일 한·일 순방 기간 미국의 강경해진 대북 노선이 엿보였다는 현지 언론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 순방을 정리하는 기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WP는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한국 순방 마지막 날 발언에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한 메시지를 묻는 말에 “헬로, 끝(Hello. Period)”이라고 했었다.
WP는 “두 단어인 그의 답변은 북한 지도자와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를 추구했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라고 평가했다.
WP는 이날 “트럼프는 김정은을 세 번 만나고 ‘러브 레터’로 친분을 뽐냈지만, 바이든은 분명히 다른 접근법을 취해 왔다”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김 위원장과의 향후 대화 조건을 묻는 말에는 “그가 진실한지, 또 그가 진지한지에 달렸다”라고 했었다.
WP는 “아시아 순방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역내 동맹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했다”라며 “북한 문제에서 이는 미국과 한국이 김정은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긴밀히 협력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신임 대통령이 “북쪽 이웃에 회의적인 새로운 보수적 지도자”라는 점도 강조됐다. WP는 “그들(한·미 정상)은 북한과의 대화 문을 열어뒀지만, 돌파구를 만들려 서두르지는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정상회담 결과도 주목했다.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 이후 공동 성명에 ‘한반도 및 그 주변에서의 연합 연습·훈련 범위·규모 확대 협의’를 명시했는데, 이런 행동이 “오랫동안 은둔 국가(북한)를 화나게 해온 활동”이라는 것이다.
WP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에 비교하는 시각도 소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대북 정책은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WP에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무행동은 점점 더 이른바 ‘전략적 인내 2.0’이나 심지어 ‘전략적 태만’으로까지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수 킴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김정은에게 도발에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점을 전달하려 ‘전략적 모호성’과 유사한 입장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라며 “미국이 북한 문제를 두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기 모호하다면 김정은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순방 기간 대통령이 연합 군사 훈련 확대와 코로나19 지원 제안 등 일련의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균형 있는 접근법을 보여줬다고 자평한다. WP는 다만 “북한은 한국 또는 미국의 직·간접적인 어떤 원조 제의에도 응답하지 않아 왔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