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재 갤러리스트 인터뷰
미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지만 괴리는 크다. 이에 “부를 물려받거나 갑자기 부를 쥔 젊은이들이 미술시장을 주도한다는 건 단기적으로는 맞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17년 째 서울 종로구 원앤제이 갤러리를 운영해온 박원재 대표다. 박 대표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미술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끈다는 목적 하에 지난달 미술품 서비스 앱 ‘아티팩츠’를 런칭하기도 했다. 아티팩츠는 휴대폰 카메라로 그림을 찍으면 작품명, 제작연도, 가격 등 상세 정보를 알려주는 앱이다.
설문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최근 1년간 미술관 방문 경험이 있는 수도권 거주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200명 중 95명(47.5%)은 비싼 미술품 비용을 구매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았다. 실제 A4용지 2배 크기인 10호짜리 회화도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 많은 현실 속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선뜻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작가 발굴을 추천하는 곳은 졸업전시나 대안공간이다.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해 기록한 뒤에는 젊은 작가 전시를 하는 갤러리로 넘어가면 된다. 겹치는 작가를 발견했다면, 그 작가와 관계 맺고 있는 다른 작가, 기획자, 평론가 등을 살핀다. 예를들어 작가 선택 기준을 ‘국립현대미술관 급 대형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작가’로 삼는다면 이 관계를 통해 근거를 마련해나가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런 과정이 재밌다고 하면 좋은 컬렉터가 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컬렉팅의 목적은 자아실현, 타인의 인정, 인테리어 등 다양하다”며 “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컬렉팅을 하는 목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목적 달성의 수단이 미술품이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답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 미술시장은 이러한 고민 없는 컬렉팅이 많다고 진단한다. “과연 이들이 자신이 소비하는 것들을 왜 소비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는 것. 아티팩츠는 ‘누가 잘 나가냐’는 식의 질문만 난무한 현주소에 대한 회의감으로 시작됐다. 아티팩츠의 검색 결과에는 작가 활동 이력(CV·Curriculum Vitae)과 작가에 대한 평론도 함께 제공된다. 현재 약 87만 건의 정보를 확보했다. 박 대표는 “CV를 통해 작가의 지향점, 진정성 등을 파악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더 안정적이고 건전한 미술시장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