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 - FT 갈무리
권씨는 서울에 있는 명문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2018년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 티켓 몬스터의 설립자인 다니엘 신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테라폼 랩스를 공동 설립했다. 이후 그는 2020년 테라USD(UST)라는 스테이블코인(가격변동이 없는 암호화폐)을 발행했다.
테라는 ‘루나’라는 암호화폐로 그 가치를 떠받치도록 했다. 테라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는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예치하고 그 대신 1달러 가치 루나를 받는 차익 거래로 최대 20% 이익을 얻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테라 가격 하락 시 유통량을 줄여 가격을 다시 올림으로써 그 가치를 1달러에 맞출 수 있다.
테라는 UST와 루나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비트코인 약 35억 달러(4조446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보유했던 것이다.
그런데 UST에 대한 의구심으로 ‘테라런’(Terra run, 테라에서 앞다투어 돈을 빼는 현상)이 발생, 가격이 폭락하자 그는 UST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했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 연구센터장은 “권씨는 탈중앙화 금융을 주장했지만 모든 결정을 혼자 했다. 회사의 의사 결정이 그렇게 중앙집중화 된 것이 아이러니컬하다”고 말했다.
서울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자문회사인 블리츠 랩의 김동환은 “권도형은 한때 성공한 컬트 지도자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미움 받는 남자”라고 언급했다.
테라 사태로 테라와 루나의 전도사를 자처한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CEO가 크게 손해를 본 것을 물론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테라에 물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치명적인 손실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이다. 직장인이자 세 자녀의 엄마인 한 여성은 “최소 20%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은행에서 빚까지 내 모든 것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하기 전에 더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크게 후회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