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옥수동에 사는 김 모씨(33)는 3년 전 남자친구에게 받은 샤넬백의 어깨끈이 떨어져 AS를 요청하러 백화점을 찾았으나 ‘수선 불가’ 통보를 받고 당혹스러웠다.
전산시스템 상의 구매자와 실제 사용자가 달라 샤넬 측이 품질 보증을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남자 친구 이름과 연락처 등으로 신원 확인을 거쳐야 AS가 가능한데, 이미 남자 친구와 연락을 끊은 지 오래여서 김 씨는 아예 AS를 포기하고 매장을 나왔다.
김 씨는 이후 샤넬코리아 고객센터로 연락해 “월드워런티 정책이 적용될 때 구입했는데 왜 신원 인증을 또 해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샤넬코리아 측은 “최근 월드워런티 정책이 바뀌어 한국 고객에게는 별도의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선물 받은 가방을 명의 이전이라도 해야하나”, “정품만 확인하면 되지 AS에 구매자 개인정보가 왜 필요하냐” “1200만원자리 가방을 샀는데 AS를 못해준다니 황당할 뿐” “한국소비자가 봉이냐” 등으로 반응한다.
◆샤넬 ‘월드워런티’ 무시, 한국 소비자만 ‘봉’인가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샤넬이 전 세계에서 공통 적용하는 ‘월드워런티’(품질보증책임) 정책을 ‘한국’만 예외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지며, 명품업체의 ‘배짱 영업’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유독 한국 시장에서 다른 국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일삼고, 비상식적인 서비스 정책으로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여긴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샤넬은 ‘월드워런티’ 제도를 전 세계 판매 국가 중 유독 한국에서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구입한 샤넬 제품은 국내에서 애프터 서비스(AS)를 받을 수 없다.
한국에서 구입한 제품에 한해 개런티 카드와 인보이스(또는 구매 영수증) 등 구매 사실을 증명할 증빙 자료를 지참해야 AS 접수를 해준다. 이미 월드워런티 정책에 대한 안내를 받고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도 샤넬의 이 변경된 정책은 소급 적용된다.
고객들이 AS를 받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또 있다. 전산시스템 상의 구매자(카드결재자)와 제품 소지자가 동일인이어여만 AS를 해주기 때문이다. 선물로 받은 제품은 구매자 이름과 연락처 등 신원 확인을 증명한 경우에만 AS를 해준다.
◆가방 하나 살 때도 개인정보 공개 요구…신분증도 필참
샤넬은 AS 뿐 아니라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도 더 까다롭게 하고 있다. 올 들어 리셀러(재판매업자)들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제품 구매 시 본인 명의의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바꿨다.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들이 샤넬 매장에서 제품을 사주는 것도 안 된다는 의미다.
본인 명의 카드 결제 뿐 아니라 신분증 지참까지 강요하고 있다. 매장 입장을 위해 대기 명단에 본인 명의로 등록하고, 입장 시 신분증 확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 심지어 현금으로 계산할 때도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친다.
샤넬은 상품 교환도 더 까다롭게 제한을 뒀다. 기존엔 영수증만 있으면 일정 기간 내에 다른 상품으로 바꿀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 교환권을 발부하는 등 절차를 더 복잡하게 했다.
여기에 교환을 같은 카테고리에서만 해주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지갑을 구입했다면, 교환할 때도 ‘지갑류’에서만 교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갑을 구입한 후 수 백 만원 비용을 더 들여 가방으로 교환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고객들이 원활하게 매장을 방문하고 공평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이렇게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리셀러들을 차단해야 고객들이 더 많은 쇼핑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