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50조 등 4개 기업 투자계획
삼성전자 직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450조 원을 포함해 현대자동차, 롯데, 한화 등 대기업들이 총 588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데 대해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민간 주도’ 경제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SK 등 다른 대기업들의 투자 발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급망 재편과 줄어드는 인구, 부족한 일자리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한 발 앞선 투자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이 국내 투자 360조 원을 포함한 450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내놓은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 자료에는 현재 한국을 둘러싼 경제 악재들과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담겼다.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려면 삼성을 포함한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중물을 만들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일자리 문제다.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인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기조에 맞춰 정부 주도로 해결하지 못한 고용 시장 등 음영지대를 기업들이 나서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이 곧 국가 안보의 중심이 되는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글로벌 공급망과 자국민 안전 및 건강에 핵심이 되는 반도체와 바이오산업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전략산업에서 안보산업으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다.
삼성은 전날 투자 발표문에서 “경제안보 측면에서 반도체와 바이오 공급망을 국내에 두는 건 전략적 의미가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경제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와도 무관치 않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을 기업 투자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기업들은 민간 주도 경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정부의 정책 보조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6세대(6G) 통신 등 차세대 먹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인재 육성 및 표준화 지원 등에서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신발 속 돌멩이’처럼 느끼는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규제가 완화될 필요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의 역할은 이윤 추구를 넘어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경제 생태계 조성 등 국가 경제의 뼈대를 튼튼히 하는 것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그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