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추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3발의 장·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17번째 미사일 발사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이뤄진 ICBM 도발이다. 한 발은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첫 번째 발사된 ICBM과 세 번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은 각각 360km, 760km를 날았다. 발사 시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직후였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장거리탄도미사일과 한국, 일본이 사정권에 들어오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섞어 발사한 것은 한미일 3국을 동시 겨냥한 전략적 도발이다. 동북아 지역의 동맹 규합에 나선 미국을 향한 불만 표시이자, 한국의 새 정부와 초반부터 강대강 구도로 정면 대결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기폭장치 시험작동에 들어간 것으로 볼 때 곧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태세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해 미국 등 서방과 충돌하는 신냉전의 충돌 국면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엄중하다. 중-러 양국의 전투기, 폭격기는 그제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잇달아 무단 침범했다. 중-러가 밀착하는 구도에 북한이 편승하면서 도발은 더 대담해지고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동북아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무력해졌고, 대북 추가제재도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