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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은행원도 공무원도 ‘간큰’ 횡령 잇달아…약한 처벌 탓인가

입력 | 2022-05-26 06:54:00


올해 초 발생한 2000억원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을 시작으로 새마을금고, 강동구청, 아모레퍼시픽, 계양전기 등 대규모 횡령 범죄가 줄줄이 터지고 있다. 일반 사기업은 물론 금융기관과 관공서에서까지 연일 사고가 나면서, 공공·민간 영역을 막론하고 총제적인 내부통제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새마을금고 직원 A씨를 지난달 29일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서울 송파구의 새마을금고 본점에서 16년간 고객들의 예금, 보험 상품 가입비를 몰래 빼돌려 40억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횡령 사건들로 내부 직원들이 잇따라 검거되는 것을 보며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껴 경찰에 자수했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수억원대 규모의 회삿돈을 빼돌리는 횡령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계양전기, 아모레퍼시픽 등에서 각각 2215억원, 246억원, 35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터졌다. 금융기관 중에선 새마을금고 이전에 우리은행에서 664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강동구청과 같은 관공서에서도 115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민간·공공영역을 망라하고 횡령 사건이 줄줄이 발생하는 일차적인 원인으로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점을 언급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계양전기, 금융권에서 적발된 횡령범들이 회삿돈을 관리하는 재무 담당자였는데 이들의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믿고 돈을 맡기거나 행정을 부탁하는 곳에서 횡령이 쉽고, 반복적으로 일어났는데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준법 경영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련의 횡령 사건 피의자들 대부분이 빼돌린 회삿돈을 주식 투자 등에 사용했다 날렸다는 점도 주목된다. 오스템임플란트 모 팀장과 강동구청 공무원이 각각 횡령금액 중 1000억원 이상, 77억원을 대부분 주식 투자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 직원 역시 횡령금 300억원 이상을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끝없이 오르는 자산가치에 비해 미래 근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범죄로 얻은 수익을 부동산이나 코인 등에 투자하는 ‘한탕주의’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횡령범들 대부분이 복권, 코인 등에 투자한 뒤 돈을 벌어 나중에 이를 갚으면 된다는 생각이지, 돈을 훔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장 허술한 감시망을 재정비해 개인의 일탈이 천문학적 손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 자체적으로 감사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금융감독원 등 상시 감독기구의 관리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횡령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현재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너무 낮아서 범죄로부터 나오는 기대수익은 높은데 이후의 기대비용은 낮은 상황”이라며 “처벌 수준을 강화해 기대비용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