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DB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해준다는 취지로 도입된 ‘임금피크제’(salary peak)가 고령자고용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6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퇴직자 A 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국내 B연구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이다.
앞서 B연구기관에서 2014년 명예퇴직한 A 씨는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이 됐다. 이에 그는 직급과 역량등급이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지급받게 됐다며 B연구기관을 상대로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피고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1~55세 미만 정규직 직원의 수주 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이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 비해 떨어졌다. 하지만 되레 55세 이상 직원들의 임금만 감액됐다.
다만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시행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대상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은 연구기관의 임금피크제가 임금이나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 4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됐다. B기관 측은 “임금 삭감 대신 근로자의 업무량이 감소하고 상시적 명예퇴직제도도 함께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