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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은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사내 규정이 있더라도 평가 결과가 전적으로 직원 탓이라고 보기 어려울 경우엔 해고가 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판정이 나왔다.
중노위는 국책연구기관인 A 연구원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허모 씨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초심 판정을 최근 취소했다고 26일 밝혔다. 허 씨는 2003년 11월 A 연구원에 입사했고, 2021년 6월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해고된 바 있다.
A 연구원의 인사규정에는 ‘직원이 근무평정 결과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최하 등급을 받은 자에 해당하면 원장은 재임용 심사 시 재임용 계약을 거부하거나 임용 기간 중이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허 씨는 휴직했던 2019년을 제외한 2017, 2018, 2020년 3년 연속 근무평정에서 최하 등급을 받았다. A 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허 씨를 해고했다.
하지만 재심을 맡은 중노위의 판단은 달랐다. 허 씨가 최하 등급을 받게 된 책임이 전적으로 허 씨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연구원에서 허 씨의 업무수행능력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회를 부여했는지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노위는 허 씨가 소속된 부서의 수탁과제가 전체 연구실 중에 가장 적어 연구 참여 기회가 적었고, 이로 인해 낮은 평가를 받게 된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A 연구원이 허 씨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교육, 다른 연구 분야로 직무배치 등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중노위는 지노위의 초심 판정을 취소했다. 또 A 연구원에 허 씨를 복직시키고 그가 부당한 해고로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중노위 관계자는 “저성과자 해고 규정이 있더라도 사회적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만큼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지 않다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 연구원은 중노위의 판정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