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의 오른손 투수 안우진(23)은 올 시즌 무시무시한 페이스다. 개막전부터 10경기를 소화한 안우진은 6승 3패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 중이다. 10번의 선발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8차례 기록했다. 25일 기준 김광현, 폰트(이상 SSG), 반즈(롯데)와 함께 다승 공동 1위, 탈삼진은 76개로 단독 1위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1.08로 8위다.
안우진의 기록이 더욱 빛나는 건 각 팀의 외국인 에이스들과 맞대결을 벌여 거둔 성적이기 때문이다. 개막전부터 선발 중책을 맡았던 안우진은 주로 상대 팀 제1선발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10차례 중 루친스키(NC), 폰트를 2번씩 상대했고 데스파이네(KT), 반즈, 뷰캐넌(삼성)과 각각 1번씩 맞대결했다. 쟁쟁한 각 팀 1선발과의 맞대결에서도 4승 3패, 평균자책점 2.30으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데뷔 5년차를 맞은 안우진의 성장 비결은 일단 구속이다.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하는데 패스트볼 평균 시속이 153.1km, 슬라이더 평균 시속은 141.3km다. 풀타임 선발 첫 해였던 지난해보다 패스트볼이 1.6km, 슬라이더가 0.7km 빨라졌다. 고우석, 정우영(이상 LG), 조요한(SSG), 문동주(한화) 등 구원으로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선수들과 맞먹는 속도다. 이렇게 빠른 공을 타자들이 몸이 풀리기도 전인 1회부터 강판 때까지 꾸준히 던지니 좀처럼 공략하기 쉽지 않다.
안우진의 기록 중 ‘피홈런 0개’는 안우진 공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잘 보여주는 지표다. 올 시즌 25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27명) 중 홈런을 맞지 않은 투수는 안우진이 유일하다. 10구단 체제가 자리 잡은 2015시즌부터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최저 피홈런 기록은 2019시즌 산체스(당시 SK)의 2개다. 그해 산체스는 17승 5패 평균자책점 2.62의 특급활약을 펼친 뒤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했다. 송신영 키움 투수코치는 “안우진의 구속, 구위가 모두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지난해 선발로 한 시즌을 치른 경험이 더해져 타자들을 상대하는 요령도 좋아지자 타자들이 상대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한국야구는 최근 십수 년 동안 좌완 에이스가 득세했다. 한국무대를 호령한 류현진(토론토)이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기세를 이어가고 있고 류현진과 ‘좌완 트로이카’로 불린 김광현, 양현종(KIA)도 국내외에서 활약하며 한국 야구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올 시즌 센 상대들과 부딪히며 ‘강하게’ 크고 있는 안우진이 한국 야구가 찾던 우완 에이스의 계보를 이으려고 하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