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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가치보다 실리에 집중하는 한국인들[알파고 시나씨 한국 블로그]

입력 | 2022-05-27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제20대 대선 이후에 두 가지 장면을 목격하며 한국사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다.

첫째는 현재까지 진행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다. 처음엔 거리에 장애인이 잘 보이지 않아 한국은 장애인이 많이 없는 나라인 줄 알았다. 의료 시스템이 촘촘하고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알게 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직도 이동 편의성이 부족해 장애인들이 외출을 하기에는 부담이라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전장연이 다소 무리한 시위까지 벌였나 싶었다. 새 정부가 대화와 협의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예산의 우선 집행 문제, 그리고 전장연의 시위 적합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여당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TV 토론에서 장애인 운동가와 토론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런 당 대표의 모습을 부적절하다고 여긴 국민은 55% 정도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장애인 시위에 대한 지지 의견이 높은 것 같지 않게 느껴져 의외였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필요하지만 그들의 시위로 심한 불편을 겪게 되는 것까지 참을 수는 없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했다.

둘째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콘텐츠를 만든 한 보수 유튜버의 영상을 보게 됐다. 한 야당 의원이 “그간 검찰이 행한 과잉 수사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당시 장관 후보자는 “과거 민주화운동을 하던 시절에 민간인을 고문하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민주화운동 전체를 폄훼하진 않지 않느냐”고 답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렇게 ‘민주화운동 참여자의 민간인 고문’ 사례가 이슈가 됐고,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 새삼 주목받기도 했다. 해당 유튜버는 프락치 사건을 설명하면서 민주화운동 세력을 비판했다. 필자는 이 유튜버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오직 자기 의지로 이런 영상을 만든 배경이 신기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콘텐츠를 보고 공유한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필자는 이런 두 가지 장면을 통해 한국사회를 다시 보게 됐다. 우선 유튜브 영상부터 살피면, 예전에는 소위 운동가들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전단을 뿌리고 대자보도 만들어 붙였을 것이다. 이들의 이런 ‘부지런한 활동’이 한국의 민주화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여론전의 양상이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건너갔다. 보수나 진보 가리지 않고 1인 미디어가 우후죽순으로 탄생했고, 그들이 한국사회 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각자 절실하게 전했던 ‘정치적 메시지’가 이제는 하나의 ‘정치적 오락’과 수익 사업이 된 듯도 하다.

아마도 이런 것은 대중이 군부 독재 시절과 다르게 민주화가 성숙되면서 정치에 대한 절박함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한국이 과거처럼 독재 국가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쪽이 집권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무관심한 사람도 적지 않다. 사람들은 정치적 이념과 신념보다는 자신들의 이익과 편리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전장연 시위에 대해 찬반 여론이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 아닐까.

예를 들어 얼마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서울 용산에서 한 진보단체가 한미동맹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행진 시위를 벌였다. 한데 진보를 지지하는 이들조차 교통마비를 탓하며 “이태원에서 이러지 말고 넓은 광화문에 가서 시위하라”고 외쳤다. 정치적 신념이 비슷해도 당장 내가 불편한 게 싫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민주화가 그만큼 안착됐고, 정책 집행 등도 시스템화됐다는 뜻일 수 있다. 각자 정치적 메시지를 제대로 알리려면 더 노련하게 기술적으로 펼쳐야 하는 사회가 됐다.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