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저항하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친러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올레니우카로 이송돼 교도소 부근에 정차한 버스에 앉아 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제철소 지하 벙커 등에서 몇 주 동안 저항하던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16일 ‘작전 종료’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러시아군에 항복했다. 올레니우카=AP 뉴시스
영국 육군사관학교 석좌 교수를 지낸 군사사 전문가이자 영국 엑서터대 역사학과 명예교수인 제러미 블랙은 임진왜란을 비롯해 십자군전쟁, 트로이전쟁, 제1·2차 세계대전 등 인류 전쟁의 역사는 물론 미래에 이어질 전쟁까지 다뤘다. 무기와 전투 기술의 역사, 동맹과 배신, 국제정치 역학 등 전쟁에 크게 영향을 미친 요소를 다각도로 짚었다.
저자는 기존 전쟁사 책이 주목하지 않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비서구 군사사에 초점을 맞춘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물과 방목지를 차지하려는 자원전쟁을 주로 벌였다. 15세기 말 아프리카 사헬지대에 세워진 ‘송가이 제국’의 지도자 손니 알리는 속국의 자원을 갖기 위해 재위했던 28년 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쟁을 벌였다. 저자는 1998~2000년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 간 국경분쟁에서 10만 명이 죽고, 1996~2003년 콩고민주공화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아프리카 대전’에서도 최소 300만 명이 학살과 질병,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지적한다. 피해 규모를 봤을 때 ‘전쟁과, 그것의 미래를 확실히 파악하려면 서양을 벗어나 훨씬 멀리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전의 주요 원인으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유례없는 인구 증가 속도다. 2020년 78억 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2050년 98억 명, 2100년 109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9년 10억 명인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 2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멘에서는 2015년 물 부족으로 인한 반란으로 정부가 전복됐다. 인구증가로 인한 자원 부족이 향후 전쟁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전망은 새겨들을 만 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