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기존 정년을 유지하면서 고연령 직원의 임금만 일괄 삭감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위법이라고 한 대법원 판결을 놓고 기업 현장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대한 대법원의 첫 확정 판결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가 민간에 본격 도입된 것은 2016년 이후이고 이번 판결은 2009년 공공기관에 도입된 제도에 대한 판단이어서 기업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임금피크제는 7만6000여 개 기업에 도입됐으며, 300인 이상 기업의 52%가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이번 판결로 임금피크제가 무력화될 경우 인건비가 늘고 그 여파가 신규 채용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일부 대기업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결이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뜻은 아니지만 기업들은 합법과 위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의 합법성을 인정받으려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판결과 관련해 그 자체가 모호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임금 삭감 시 업무 강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지만 삭감 폭에 맞게 업무량을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모호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줄소송’이 이어진다면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