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동아국제금융포럼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그제 열린 ‘2022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범정부적인 과감한 규제 혁파와 법인세제 개선을 통해 약화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작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카드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날 한국의 성장 정체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의 결과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공계 청년인재의 집중 육성 등 구체적 해법을 제시했다.
포럼에서 집중 논의된 성장 잠재력 저하는 현재 한국 경제의 최대 난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특단의 정책 대응이 없으면 현재 2% 안팎인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2030년대에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5년마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씩 떨어진다는 ‘5년 1% 하락의 법칙’은 정권이 여러 번 바뀌어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해묵은 ‘갈라파고스 규제’,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법인세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 성장 잠재력을 끌어내리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추 부총리가 “기업의 자율과 창의, 열정을 짓누르고 있는 모래주머니를 확 벗겨드리겠다. 세제, 금융 등의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날 이종화 고려대 교수는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 위에 섰다고 진단했다. 저성장·고물가·양극화의 3중고가 닥쳤는데 이를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힘든 상황이란 뜻이다. 며칠 새 450조 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10대 그룹이 5년 안에 총 1055조6000억 원의 투자와 40만 개의 일자리를 약속했다. 선진국 문턱을 간신히 넘어선 뒤 탈진한 성장엔진을 다시 활기차게 돌릴 소중한 기회다. 정부의 규제개혁 속도가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따라잡지 못해 오기 힘든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