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신이현 지음/272쪽·1만6000원·더숲
프랑스인 남편과 함께 충북 충주시 수안보 온천 인근에 와인 농장을 일군 이야기를 한국인 소설가 아내가 맛깔 나는 문체로 풀어낸 에세이다. 땅, 숲, 똥, 벌, 술에 관한 향긋한 이야기라니. 읽기 전에 소재만 휙 둘러봐도 수안보에서 뜬금없이 와인 만들기보다는 책 선정에 실패할 확률이 확 낮아 보이는데, 결과 역시 그러하다.
스토리는 좀 뻔하다. 어느 날 서울의 직장에서 새벽 두 시에 퇴근해 귀가한 프랑스인 엔지니어 남편이 “이대로 살다간 죽을 것 같다”면서 별안간 농부가 되고 싶다고 선언한다. 나이 마흔에…. 늦깎이 농사 공부를 시작하고 없는 돈에 땅을 보러 다니며 잘 안 될 거라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좌충우돌한다. 한 땀 한 땀 땅을 일구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부는 작은 행복을 발견해 간다.
배경음악과 풍경만으로도 80%는 먹고 들어가는 여느 와인 소재 영화 같다. 단, 이것은 영상물이 아니며 활자 예술이다. 따라서 생생한 묘사와 정감 어린 통찰이 어우러진 저자의 글맛이 중요한데 소설가인 지은이는 뛰어난 관찰력, 기억력, 필력을 동원해 그 어려운 것을 해내고 만다. 그렇다고 붓의 힘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필체는 아기 고양이의 아장거리는 리듬처럼 사랑스럽다. 넘치지 않게 절제돼 앙증맞은 삽화도 제 몫을 다한다.
농부 남편 레돔의 다음과 같은 말이, 잔에 담긴 술처럼 여운이 돼 찰랑인다.
“세상에 맛없는 내추럴 와인은 없어. 한 잔의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그 과일이 자란 땅과 나무, 바람과 햇빛을 느끼고 즐긴다는 것이야. …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향이나 맛을 첨가하지 않은 술이라면 그 자체로 괜찮은 거라고 생각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