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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계양을 출마가 ‘민주당 심판’ 부채질했다

입력 | 2022-05-29 10:12:00

[김수민의 直說] 국민은 대선 석패자의 반성·공백·시련 기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5월 22일 충북 청주시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지방선거(지선)는 늘 ‘전국’ 선거였고 ‘중앙’ 선거였다. 대선이 끝나고 3개월도 안 돼 치르는 이번 6·1 지선은 더욱 그렇다. 2010년 지선의 ‘학교 무상급식’ 같은 새로운 정책 의제도 없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규탄하던 국민의힘에는 공공적 지역개발 대안이 없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천국제공항 지분 40% 매각’ 주장을 두고 ‘민영화 반대’ 캠페인에 불을 붙였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민간 위탁에 대한 개혁 방안을 내놓지는 않는다. ‘정권 지지’와 ‘정권 견제’를 넘어서는 비전이 없는 선거다. 결국 대선 결과가 지선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 사이에 어떤 사건과 과정을 거쳤는지만 남는다.


국민의힘 부족함 덮은 민주당 행보

지난 대선은 ‘정권교체 50% 이상 대 정권연장 40% 이하’ 구도가 다소 약화되면서 초박빙으로 끝났다. 격차를 좁힌 주역이 2030 여성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여성운동가 박지현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여성의 역결집을 초래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국정 후순위로 미루면서 ‘젠더 갈등’을 피하려 했다. 여기까지는 지선 득표를 위해 양측이 합리적 대응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선 결과를 광역단체장 선거에 대입하면 ‘국민의힘 10 대 민주당 7’이 나온다. 격차를 더 벌리려면 국민의힘은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힘이 김은혜 후보를 경기도지사 선거에 내보낸 것은 조금 위험한 선택이었다. 경기지역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긴 결과를 뒤집으려면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된 주자가 더 나았다. 더구나 민주당 측 주자는 민주당 이미지가 옅고 이재명 위원장과 차별화된 김동연 후보였다. 공직 경험이 짧은 것도 김은혜 후보의 약점이다.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는 ‘친박근혜’(친박) 꼬리표도 붙어 있다. 국민의힘의 경기·인천 공천은 ‘필승 공식’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민주당 행보가 국민의힘의 부족함을 덮었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지지율은 역대 당선인 가운데 가장 낮았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강행은 정권 견제 여론을 북돋았다. 이 모든 일은 민주당이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집권세력이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은 정권 견제 여론에 올라타면 그만이었다. 이런 시기에는 적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보다 자신을 쇄신하는 데 열중하는 것이 적에게 더 위협적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드라이브를 걸었다. ‘새로운 정권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민주당을 마저 심판하는 것’으로 여론 초점이 이동했다.

민주당 스스로 심판대에 올라버린 후과는 50대 여론에서 잘 드러난다. 3·9 대선 당시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50대의 52.4%가 이재명 후보에 투표했고, 윤석열 후보는 43.9% 지지율을 받는 데 그쳤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5월 17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0대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3% 대 민주당 38%’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50대는 투표 참여율이 높은 세대다. 2022년 대선과 2018년 지선에서 40대 이하 투표율은 전체 투표율에 못 미친 반면, 50대 투표율은 전체 투표율을 웃돌았다. 50대에서 뒤지기 시작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의 위기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낸다.


민주당 ‘팬덤 정치’ 반발 극복이 막판 관건


‘민주당을 마저 심판’을 더욱 부채질한 것은 이재명 위원장이다. 그가 대선에서 석패했을 때 대다수 유권자는 그가 재기할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중은 유력 대선 주자가 반성과 공백, 시련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석패자가 차기 대선 승리를 예약하는 꼴을 보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그런 정서를 정면에서 건드렸다. 경기 성남갑 지역을 뒤로하고 당선이 쉬워 보이는 지역구로 옮긴 것도 경기와 인천 주민들의 반발심을 자극했다. 같은 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와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가 이 위원장에 가려지는 역효과를 냈다.

민주당은 선거 슬로건인 ‘나라는 균형, 지역은 인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저울 반대편 ‘윤석열 대통령’과 균형을 이루려면 ‘이재명’이라는 추를 올려서는 안 된다. ‘이재명에 대한 지지’는 ‘윤석열에 대한 견제’보다 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이 전국 각지로 지원 유세를 다닐수록 민주당 현지 인물이 일꾼론으로 승부할 여지는 좁아진다. 이 위원장은 계양을 지역을 벗어나지 말고, 지역 내에서도 조용하고 낮게 움직여야 한다. 민주당 중앙 차원의 캠페인은 민주당의 약속과 쇄신을 말하는 박지현 위원장이 주도하는 게 적합하다. ‘대중정당’을 내건 박 위원장이 당내 ‘팬덤 정치’의 반발을 이겨내는지, 꺾이는지가 선거 막판의 관건이다.

국민의힘도 승리를 거두려면 ‘정권 안정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현재 전국 곳곳의 국민의힘 소속 기초의원 후보자조차 윤 대통령을 앞세우고 있다.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득표 전략으로도 현명하지 못하다. 2018년 지선 당시 민주당 후보자들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편승하는 데 골몰했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 지지율은 당시 문재인 정부 지지율에 크게 못 미친다. 다음 지선도 내다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 후반인 2026년에 치르게 되므로 이번보다 국민의힘 측에 불리할 것이다. 손쉽게 당선한 이는 그만큼 쉽게 심판 대상이 되는 법이다.


김수민 시사평론가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1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