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와 유럽에서 중동과 중남미까지 확산되고 있는 원숭이두창(Monkeypox)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환자의 다수가 젊은 남성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국제기구는 유럽 지역에서 남성 성소수자들이 참여한 대규모 파티를 통해 원숭이두창이 여러 나라로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환자의 병변이나 체액을 접촉한 경우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동성간 성접촉 뿐만 아니라 유증상자와의 밀접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9일 방역 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원숭이두창이 처음 발생한 나라는 영국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7일 나이지리아를 여행한 적이 있는 남성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후 젊은 남성 성소수자 4명의 확진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 고문인 데이비드 헤이만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열린 두차례의 대규모 파티에서 남성 성소수자들간의 성접촉을 통해 원숭이두창이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원숭이두창은 북미와 중동, 중남미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일부는 감염이 발생한 지역을 여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신들은 미국의 감염 사례가 남성간 성관계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원숭이두창은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 감염병은 아니다. 하지만 환자의 병변이나 체액을 접촉한 경우에는 감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초 감염자가 남성 성소수자였다면 밀접한 신체 접촉을 통해 남성들을 중심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사례가 대부분 남성간 성 접촉자이다보니 성매개감염병 아니냐는 의심이 있는데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정액이나 질 분비물로는 잘 전파되지는 않는다고 한다”며 “다만 원숭이두창 감염자의 사타구니나 외음부에 발진, 수포 등이 생길 수 있어 피부끼리 접촉하다보면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두창의 주요 전파 경로는 환자의 병변·체액을 접촉하거나 호흡기 비말을 들이마시는 경우”라며 “성접촉을 하더라도 호흡기나 피부 접촉이 다 이뤄진다. (동성간) 성접촉 만으로 전파되는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원숭이두창 노출 위험이) 특정 그룹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햇다.
월렌스키 국장은 “공중 보건에서의 낙인과 차별은 치료에 대한 접근성 감소, 지속적인 질병 전파, 발병 및 위협에 대한 무딘 대응으로 이어진다”며 “사람들이 그런 낙인과 차별 없이 접근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원숭이두창은 일반적인 두창과 증상이 비슷하고 두창 백신으로 85%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WHO가 1980년 두창 종식을 선언한 이후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두창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젊은층이 원숭이두창에도 더 취약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