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마지막 남은 생산라인 중단 ‘OLED-차세대 QD’에 주력할듯 LGD도 TV용 LCD 생산 줄여 “韓 기업들, 차세대 패널에 집중”
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31년 만에 접는다. LG디스플레이도 TV용 LCD 생산을 줄이고 있다. 중국 저가 공세에 밀린 한국 LCD 산업이 저물고 있다.
29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음 달 TV용 대형 LCD를 생산해 온 충남 아산캠퍼스 L8-2 라인의 가동을 중단한다. 1991년 LCD 사업을 시작한 삼성디스플레이의 마지막 남은 생산라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2020년 말 LCD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었다. 중화권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글로벌 TV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덩달아 TV용 LCD 패널 가격도 올랐다. 이에 중단 시기를 연장한 뒤 시장 상황을 지켜봐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주력 사업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생산인력도 QD 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등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LCD TV용 패널 일부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아 온 삼성전자는 중화권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하반기(7∼12월) TV용 LCD 생산 규모를 상반기보다 10% 이상 줄일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의 생산은 LCD와 OLED가 대략 절반씩 차지하고, LCD TV의 비중은 LCD 중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사업을 TV 대신 노트북, 태블릿PC 등에 쓰이는 정보기술(IT) 중소형 패널에 집중할 예정이다. IT용 패널의 경우 작은 화면에도 고주사율, 고해상도를 유지하고 터치스크린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TV용 패널보다 기술력에서 차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 LCD 산업이 축소하는 까닭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탓이다. 대형 LCD 패널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BOE 등 중국 기업은 패널 가격 하락을 고려하지 않는 ‘치킨게임’을 벌였다. 경쟁사가 무너질 때까지 손해를 감수한다는 취지다. 중국 정부와 금융기관의 막대한 지원으로 공장을 세울 수 있었던 덕에 가능했다. BOE는 2018년 세계 최대 LCD 제조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차세대 패널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