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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공세에… 삼성디스플레이, 31년 만에 LCD사업 손뗀다

입력 | 2022-05-30 03:00:00

내달 마지막 남은 생산라인 중단
‘OLED-차세대 QD’에 주력할듯
LGD도 TV용 LCD 생산 줄여
“韓 기업들, 차세대 패널에 집중”




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31년 만에 접는다. LG디스플레이도 TV용 LCD 생산을 줄이고 있다. 중국 저가 공세에 밀린 한국 LCD 산업이 저물고 있다.

29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음 달 TV용 대형 LCD를 생산해 온 충남 아산캠퍼스 L8-2 라인의 가동을 중단한다. 1991년 LCD 사업을 시작한 삼성디스플레이의 마지막 남은 생산라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2020년 말 LCD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었다. 중화권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글로벌 TV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덩달아 TV용 LCD 패널 가격도 올랐다. 이에 중단 시기를 연장한 뒤 시장 상황을 지켜봐왔다.

패널 가격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6월 237달러였던 TV용 55인치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지난해 말 127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졌고 5월에는 112달러까지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하락세가 9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더 이상 LCD 사업을 연장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주력 사업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생산인력도 QD 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등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LCD TV용 패널 일부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아 온 삼성전자는 중화권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하반기(7∼12월) TV용 LCD 생산 규모를 상반기보다 10% 이상 줄일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의 생산은 LCD와 OLED가 대략 절반씩 차지하고, LCD TV의 비중은 LCD 중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사업을 TV 대신 노트북, 태블릿PC 등에 쓰이는 정보기술(IT) 중소형 패널에 집중할 예정이다. IT용 패널의 경우 작은 화면에도 고주사율, 고해상도를 유지하고 터치스크린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TV용 패널보다 기술력에서 차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 LCD 산업이 축소하는 까닭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탓이다. 대형 LCD 패널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BOE 등 중국 기업은 패널 가격 하락을 고려하지 않는 ‘치킨게임’을 벌였다. 경쟁사가 무너질 때까지 손해를 감수한다는 취지다. 중국 정부와 금융기관의 막대한 지원으로 공장을 세울 수 있었던 덕에 가능했다. BOE는 2018년 세계 최대 LCD 제조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차세대 패널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중·소형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대형은 LG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 대형 QD 디스플레이 양산에 들어갔고,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 8월 3조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와 기업들도 OLED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한국 기업들도 신기술을 개발해 앞서 나가야만 생존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