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연상시키는 ‘차가운 느낌’ 과자-음료에 더하면 역효과 나고 보디워시 광고에 이용하면 효과 즐거움과 관련되면 이질감 느껴 실용성과 짝 이루면 선호도 향상
제품에 ‘과학적’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 과자나 스무디처럼 감성적 이미지를 추구하는 제품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은 ‘차갑다’는 고정 관념이 즐거움 추구와 같은 따뜻한 감성과 충돌해 오히려 구매 욕구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반면 실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제품에선 과학 마케팅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비바 필리프뮬러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마케팅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달 5일 발행된 국제학술지 ‘소비자 연구 저널’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나머지 참가자 절반에겐 셋 중 하나에 대해 ‘감미로운 맛을 내도록 과학적으로 개발했다’고 설명하고 다른 두 개 쿠키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달지 않았다. 그 뒤 반응을 살펴보자 ‘과학적’이라고 언급한 쿠키는 과학이란 설명이 빠졌을 때에 비해 선택될 확률이 69%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과학을 맛있는 음식과 연관 짓는 걸 꺼려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스무디 광고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아마존의 크라우드소싱 웹사이트 ‘엠터크’에서 402명에게 ‘엄격한 과학적 개발 과정을 거쳐 맛있고 부드럽다’ 혹은 ‘맛있고 부드러움을 보장한다’는 광고 문구를 보여준 뒤 구매 의사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과학적이라는 문구를 접한 쪽의 구매 의향이 14%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과학과 과학자에 대해 ‘유능하지만 차갑다’고 여기는 소비자의 고정관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즐거움을 따뜻함과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과학의 고정관념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리프뮬러 교수는 “즐거움과 과학이 함께 짝을 이룰 때 소비자는 이질감을 느끼고 제품에 관심 없어 한다”며 “실용성이 과학과 짝을 이룰 때 소비자에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리베카 리첵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마케팅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과학에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제품을 선택할 때뿐 아니라 과학 자체를 받아들이는 데도 벽이 될 수 있다”며 “과학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될 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