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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문병기]바이든 아시아 순방이 드러낸 불안 요소

입력 | 2022-05-30 03:00:00

아시아·유럽 아우른 ‘中 포위’ 전략
美 리더십 발휘, 리스크 작지 않아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과 중국의 대응은 세계 미래가 전략적 안정과 경제 풍요로 갈지, 아니면 위기와 분쟁 더 나아가 전쟁으로 갈지 결정할 것이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 케빈 러드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16개월 만에 공개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전략 연설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러드 회장은 2007년 호주 총리에 취임하자 호주를 막 출범한 중국 견제 안보협력체 쿼드(Quad)에서 탈퇴시키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던 인물.

하지만 이날 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통치하에 중국은 반세기 동안 보지 못한 방식으로 전 세계에 힘을 행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미국이 진정으로 돌아왔다”며 “국제사회는 미국이 자유세계 리더로서 유럽과 아시아를 동시에 편안하게 관리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으로 본격화된 ‘중국 포위’ 전략은 다음 달 전모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초 대만과 반도체 협력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을 겨냥한 신전략개념을 채택하면 동서양을 아울러 중국을 포위하는 안보 무역 기술 블록을 구축하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 리더십을 편안하게 지켜보기만은 어려운 구석이 남아 있다. 이번 순방 하이라이트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공식 출범이었지만 미국은 출범 1주일 전까지도 참여국 확보에 애를 먹었다. 워싱턴 소식통들에 따르면 반(反)중국 전선 참여로 보일까 망설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제시할 ‘당근’이 마땅치 않자 한국 일본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IPEF에 참여한 동남아 7개국 중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가 출범식에 정상 대신 장관급을 참석시킨 것도 미중 사이 선택을 둘러싼 고심의 흔적을 보여준다.

나토와 아시아 연계를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제임스 홈스 미 해군대 교수는 최근 기고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억제하겠다는 나토-아시아 연계 전략에 대해 “누구도 모든 목표를 감당할 수는 없다”며 “이해관계는 다양하고 자원은 한정돼 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필수”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을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도전자’로 규정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져도 중국을 최우선순위에 둘지는 불투명하다.

가장 큰 리스크는 11월 중간선거다. 낙태권 폐지 논란과 잇따른 총기 참사 등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할 이슈가 나타났지만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뒷걸음질이다. 만약 중간선거에 패배해 그의 2024년 대선 구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아시아 순방으로 어렵게 마련한 반중 모멘텀은 쉽게 흩어질 수 있다.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중국의 리스크도 미국보다 작지는 않을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 반대하며 “한반도 전쟁의 불길” 운운한 것처럼 중국이 섣부른 적의를 드러내 주변국을 위협할수록 반중 전선의 전략적 환경은 미국에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강대국 간 경쟁은 작은 허점으로도 판도가 좌우될 수 있는 파워게임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이 바이든 행정부 대중(對中)전략 첫 번째로 ‘자강(自强)’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