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여당 갈등에 스스로 물러나 “韓, 첫 인사 관철 못시켜 상처” 분석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사진)이 국민의힘의 반발에 결국 직을 고사했다. ‘국무총리의 오른팔’로 불리는 국무조정실장에 윤 행장을 천거한 한덕수 총리와 ‘문재인 정부 인사 불가론’을 펼친 여당 간 파워 게임에서 당이 일단 우위를 점한 모양새다.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은 후임자 물색에 나섰다.
윤 행장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밤새 고민했는데 여기서 물러나는 게 순리인 것 같다”며 “새 정부 출범 초창기인데 부담을 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직을 고사한 이유에 대해서는 “물러나는 사람이 이것저것 얘기하는 게 좋은 모습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국무조정실은 총리를 보좌하며 중앙부처의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장 인사에 총리 의사가 대체로 반영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중심으로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의 망가진 경제정책 주역”이라며 한 총리에게 내정 철회를 압박해 왔다. 한 총리는 여당의 반발에도 물러서지 않았으나 결국 윤 행장이 고사 의사를 밝히며 당정 갈등은 일단락됐다. 여기에는 윤 행장에 대해 최종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의 부정적 기류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책임총리 의지를 밝힌 한 총리가 여권 내부의 벽에 부딪쳐 첫 인사를 관철시키지 못하며 상처를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행장은 내년 1월까지 7개월가량 남은 행장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