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로 제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 칸=AP 뉴시스
송강호의 배우 인생
“청소부라도 시켜달라” 연극 입문후
드라마 출연않고 영화배우 외길 걸어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만나 연기 변신
경남 김해(현 부산 강서구)에서 나고 자란 송강호는 중학교 2학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재밌어하는 친구들을 보며 배우의 꿈을 꿨다. 23세이던 1990년 부산에서 극단 연우무대의 ‘최선생’을 본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다. 이듬해 연우무대 극장장이던 류태호에게 “청소부라도 시켜 달라”던 청년 송강호는 이로부터 31년 뒤 한국인 첫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단 한 편의 드라마에도 출연하지 않고 줄곧 영화배우 외길을 걸은 결과다.
위쪽부터 넘버3, 밀양, 기생충
송강호는 코믹한 이미지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쉬리’(1999년)에서 국가정보원 특수요원으로 변신했다. 당시 그의 연기가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도 있었지만 ‘조용한 가족’(1998년)에서 가능성을 본 김지운 감독이 ‘반칙왕’(2000년) 주연으로 그를 캐스팅한다. 송강호의 첫 주연 작품이다. 송강호는 한 인터뷰에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가장 힘들었던 영화는 단연 ‘반칙왕’이다. 주변 시선을 느꼈기에 스스로 더 채찍질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거장 감독들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한다. ‘조용한 가족’ 이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밀정’(2016년)에 잇달아 출연한다. 박찬욱 감독과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이후 ‘복수는 나의 것’(2002년), ‘박쥐’(2009년)를 찍었다. 봉준호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2005년)을 시작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괴물’(2006년), ‘설국열차’(2013년)에 이어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 석권한 ‘기생충’(2019년) 작업을 함께했다.
박찬욱의 감독 여정
복수 3부작 등 자신의 취향에 충실
‘올드보이’ 칸 심사위원대상으로 세계 주목
장르 넘나들며 할리우드 등 진출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칸=AP 뉴시스
그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은 29세 때 찍은 ‘달은…해가 꾸는 꿈’(1992년)이다. 가수 이승철, 나현희가 출연한 이 작품은 흥행에 참패하고 평단의 호응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부진한 성적으로 생계형 평론가로 활동하던 그는 5년 뒤 ‘삼인조’(1997년)를 내놓았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를 충무로가 주목하는 감독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관객 590만 명을 동원해 그해 최고 흥행작이 된 이 작품은 제5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다.
위쪽부터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박쥐’(2009년)는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박찬욱은 당시 인터뷰에서 “‘박쥐’는 그동안 찍었던 작품 중 가장 좋았다. 왜냐면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6년에는 영국 소설가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를 각색한 영화 ‘아가씨’를 선보였다. 김민희 김태리 주연의 이 영화는 제69회 칸영화제에 초청됐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