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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참전 의용군들, 하나둘 귀환…“생애 가장 불안했던 순간”

입력 | 2022-05-30 13:30: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넉 달 차에 접어들면서, 전쟁에 참전했던 외국인 자원봉사 의용군들이 본국으로 귀환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외국인 의용군들은 본국으로 귀환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목격한 전쟁 참상을 알리고 있다.

의용군들은 참전 전 예상했던 것과 실상 사이에 현저히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전투에 나갔고, 가끔 러시아 차량을 폭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로 돌아갈지 고민하는 이들도 있으며, 일부는 더 이상 전우가 전사하는 걸 볼 수 없다며 본국에 남기로 했다.

7주간 참전을 마치고 최근 오하이오 고향으로 돌아온 미 해병대 출신 다코타(가명)는 WP에 러시아군 포화 공격을 너무 많이 받아 일상처럼 느껴질 정도라는 농담이 부대 내에 있었다고 전했다.

다코타는 전쟁 중 “러시아 공격 헬기가 우리 팀이 막 달아난 위치에 공격을 가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내 생애 통틀어 그만큼 불안했던 순간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다코타는 해병대에서 4년간 대전차 미사일 사수로 복무한 경험이 있으며,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이 재블린 관련 지식을 전수받는데 열정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전장에선 발사대 배터리가 빠진 채 미사일과 대전차 무기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원 없이 사용할 수 없는 장비였다.

다코타는 참전을 위해 대학 한 학기를 휴학했지만, 러시아군 포병대 공격으로 뇌 손상 진단을 받아 지난달 말 미국으로 귀국했다. 현재로 회복 중이다.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미국인 의용군과 같은 부대원이었다는 독일 출신 파스칼은 상황이 더 열악했다고 전했다.

무전기는 러시아군에 감청됐으며, 배터리 여분이 부족해 보안 조처되지 않은 휴대전화와 왓츠앱에 통신을 의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작전을 교환한 직후 러시아 포격을 받았으며, 전우들이 사망했다고도 했다.

파스칼은 “처음부터 우리에겐 운이 없었다”며 “왜 나는 살아남고 그들은 그러지 못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고 호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개전 초기부터 외국인 의용군 지원을 호소해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외국인 의용군으로 구성된 부대를 편성하기도 했다.

각국 정부가 참전을 만류하며 다른 방법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우라고 권고했지만, 이들의 자원입대를 막을 순 없었다. 이 과정에서 영국인 2명과 미국인 1명 등이 사망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말 한국인 의용군 2명이 사망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유튜버 이근씨도 우크라이나에 무단입국해 의용군에 합류했다가 지난 27일 귀국한 바 있다.

의용군 상당수는 전투 경험이 있는 군인 출신으로, 이번 전쟁을 ‘선과 악의 대결’로 느끼며 의협심에 참전한 경우가 많다. 일부는 전쟁 경험이 없는 퇴역 군인으로, 폴란드 국경 지역에서 비전투 영역에서 봉사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