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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 쓰레기, 활용하면 보물…제로웨이스트 실천법

입력 | 2022-05-31 03:00:00

유행 지난 화분에 유행 지난 청바지를 입히니 세상에 하나뿐인 화분이 됐다. 김도균 프리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집 가꾸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요리하고 청소하는 소소한 살림 콘텐츠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다. 예쁜 그릇 하울(Haul· 구매 제품을 품평하는 영상)부터 베란다 창틀 닦는 법, 집밥 레시피 등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결혼 20년 차 주부 김향숙(48) 씨는 2019년 유튜브 채널 ‘살림스케치’를 개설해 친환경 살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식재료 보관법, 플라스틱 사용 줄이는 법 등 자극적인 맛이라곤 1도 없는 맨숭맨숭한 영상인데 조회수가 놀랍다. 5월 중순 기준 배달 용기 기름때 제거법 영상은 406만 회, 양파·마늘 썩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은 181만 회를 돌파했다.

반응이 뜨겁다 보니 김 씨는 최근 그동안 유튜브에 공개한 정보를 모아 ‘제로웨이스트 살림법’이란 책도 펴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의 중요성은 알지만 방법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구체적 노하우를 담았다. 그가 알려주는 제로웨이스트 노하우를 소개한다.
1 붉게 물든 컵라면 용기 어떻게 씻지?
빈 용기를 물로 가볍게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 후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둔다. 종이로 된 용기는 하루가 지나면 빨간 기름이 지워지고 스티로폼 용기는 이틀 정도 걸린다. 고추의 붉은색을 내는 카로티노이드는 공기 중의 산소와 광선에 쉽게 산화되기 때문. 용기 색이 하얗게 돌아오면 베이킹소다 한 스푼과 미지근한 물을 용기에 채워 흔들어 씻는다. 만약 세척 과정에서 기름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하는 것이 좋다.

2 새 물건 사기 전엔 집 안을 둘러볼 것

바람 부는 곳에 둬도 끄떡없어 행주 말리기에 좋은 와인 랙. 김도균 프리랜서


비누에 병뚜껑을 박아두면 물에 잘 닿지 않고 공기가 통해 오래 쓸 수 있다. 김도균 프리랜서



김향숙 씨 집에는 새로운 쓰임을 찾아 수명을 연장한 물건이 꽤 많다. 빵 대신 수저를 담고 있는 브레드함,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둔 과자 지퍼백 등이다. 플라스틱 병뚜껑은 비누 받침대가 됐다. 특히 구독자들 문의가 쏟아진 물건은 싱크대 수전에 걸어놓고 수세미 걸이로 사용 중인 쿠키 틀과 행주걸이로 쓰는 육각 프레임 와인 랙. 메탈 소재 와인 랙은 X자형 행주걸이보다 안정적이다. 단, 와인 랙이 녹슬지 않도록 물로 씻지 말고 가끔 행주로 닦도록 한다.
3 씨앗, 껍질, 포장재까지 버릴 게 없는 과일

가벼워서 부엌 벽에 꽂아두고 사용하기 제격인 아보카도 그릇. 김도균 프리랜서




여름철 대표 과일인 포도는 대부분 한쪽은 비닐, 다른 쪽은 종이로 만든 봉투에 담겨 있다. 포도를 먹은 뒤 남은 봉투에 씻지 않은 감자, 양파, 마늘 등을 넣으면 장시간 마르거나 무르지 않게 보관할 수 있다. 사과나 배의 과일 망을 양파에 씌워두면 양파끼리 닿아 무르는 걸 방지한다. 아보카도 껍질은 말리면 작은 그릇이 된다. 건조할 때 안으로 말리지 않게 과일 망이나 손수건으로 속을 채우고, 여름에는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드라이기로 습기를 제거할 것. 과일 씨앗은 화분에 심어볼 것을 권한다. 초보 식물 집사라면 비교적 발아가 쉬운 레몬 추천.
4 스티커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
물건에 붙은 스티커가 잘 떨어지지 않거나 제거 후에도 끈적함이 남는다면 식용유나 사용 기한이 지난 선크림을 이용해보자. 식품 팩에 붙은 스티커는 드라이기 열을 이용하면 잘 떨어진다. 접착력이 강력하면 가위로 그 부분을 오려내고 남은 비닐만 분리배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잘 떼어낸 스티커는 식탁 의자 밑 같은 곳에 살짝 붙여뒀다가 생선 가시, 깨진 유리 등 밀봉해 버려야 할 쓰레기를 포장할 때 재사용한다.
5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친환경 수세미
적은 양의 세제만으로도 풍성한 거품을 만들 수 있어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아크릴 수세미에는 단점이 많다. 설거지 후 기름 찌꺼기가 수세미에 달라붙어도 뜨거운 물에 삶을 수 없다. 미세 플라스틱도 나온다. 게다가 수명이 다한 수세미가 썩는 데는 수백 년 이상 걸린다. 반면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거나 삼베, 사이잘삼(용설란과 식물) 등으로 만든 수세미를 쓰면 환경과 가족 건강 모두를 지킬 수 있다. 세균이 걱정될 때마다 삶으면 되고, 일회용 수세미보다 사용 기간도 길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imyunh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