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넉 달 차에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어를 버리고 우크라이나어를 배우는 러시아어권 주민들이 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선 동부 지역 피란민 등을 대상으로 한 우크라이나 어학당이 늘고 있다.
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수백만명에 달하는 피란민에게 우크라이나어를 익히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도록 고무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어 구사자였으며, 공직에 출마하기 전인 2017년 우크라이나어로 제1 언어를 바꿨다.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는 같은 슬라브어파 계열이지만, 서로 다른 언어다. 러시아어 사용자가 우크라이나어를 이해할 순 있어도, 실제 구사는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러시아 침공 이후 일종의 저항 일환으로 우크라이나어로 사용 언어를 바꾸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한 르비우 소재 어학당에는 11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수업을 신청해 우크라이나어를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수도 키이우 북부 체르니히우 출신인 안나는 “이곳에 온 이후 아이들과 난 앞으로 우크라이나어만 사용하기로 했다”며 “머릿속으로 혼자 생각할 때도 우크라이나어로 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전했다.
또다른 수강생은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침략자의 언어라서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어를 사용 안 할 이유가 없다. 우크라이나어는 멋지다”라고 했다.
어학 봉사자들은 서부 도시로 피난한 게 우크라이나어를 배울 특별한 기회라고 보고 있다.
한 어학당 설립자는 “언어를 바꾸는 건 정체성을 바꾸는 것과 같다”며 “우크라이나어권 지역에 있는 만큼 언어를 전환하기 더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어나 영어로 된 노래만 불렀던 가수 ‘단테스’는 최근 러시아어권 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어로 전환을 장려하는 내용의 우크라이나어 신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어 배우기는 최근 들어 발생한 열풍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러시아식 표기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어를 버리고 우크라이나어를 배우자는 운동이 일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2019년 취임 이후 학교 및 공공장소에서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우크라이나어법 강화를 시행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