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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해녀문화 계승사업 나선다

입력 | 2022-05-31 03:00:00

지난해 해녀문화 보전 조례 제정
환동해 발전 주요 정책으로 추진
오늘 제27회 ‘바다의 날’ 맞아
최고령 해녀 5명에 감사패 전달



경북 해녀들이 동해 연안에서 물질을 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경북도는 해녀 문화와 연계된 여러 신(新)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제27회 ‘바다의 날’(5월 31일)을 맞아 각 시군의 최고령 해녀 5명에게 감사패를 최근 전달했다고 30일 밝혔다. 도는 경북의 해녀 어업을 유지, 보존하고 해녀 문화를 계승하는 데 기여한 이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감사패를 마련했다.

바다의 날은 바다 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되새기고 세계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1996년 제정됐다. 경북도가 바다의 날을 기념해 해녀에게 포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녀라고 하면 보통 제주 해녀를 떠올리지만 풍부한 해양 자원과 568km의 해안선을 보유한 경북 동해안에도 적지 않은 해녀들이 활동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해녀로 등록된 사람은 약 1300명이다. 경북 해녀는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녀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물질을 익히고 오랜 시간 바닷속을 누벼 왔다. 이번에 감사패를 받은 영덕군 영덕읍 이복남 씨(85)는 석리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창포리로 시집간 뒤 물질을 시작했다. 풍족한 창포 바다 덕분에 자식들을 뒷바라지하고 가르쳐 결혼까지 시킬 수 있었다. 주민들은 창포 바다를 ‘금바다’라고 부른다. 생계를 유지하게 해 주는 창포 바다의 미역과 전복, 해삼을 단순한 해산물이 아니라 금처럼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 씨는 깊은 수심까지 물질하면서 생긴 잠수병으로 귀앓이를 하고 있다. 보청기를 착용했지만 의사소통이 쉽지 않을 정도로 청력이 많이 손상됐다. 이 씨는 “손자들 생각에 여전히 바다로, 시장으로 일을 다닌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물질을 하면서 앞으로도 아낌없이 주는 바다를 누리고 지키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감사패에 “해녀(나잠어업인)로서 수산자원 조성 및 회복을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오랜 기간 봉사 정신과 사명감을 갖고 지역 발전 및 해녀 문화 보존·전승에 헌신적으로 노력했다”고 적었다. 이 씨와 함께 포항의 고희순 씨(92), 경주의 김방자 씨(82), 울진의 김춘화 씨(85), 울릉의 이방윤 씨(85)가 감사패를 받았다.

도는 경북 해녀의 경제, 생태, 문화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전수 실태 조사를 벌인다. 이달부터 12월까지 해녀의 소득과 노동환경, 건강, 문화여가, 직업에 대한 자긍심 등의 영역으로 나눠 실태 및 욕구를 파악한다. 9, 10월에는 현장 조사도 실시한다. 연말 결과 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어촌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전통 해녀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도는 지난해 해녀 문화 보전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또 환동해 발전의 중요 정책의 하나로 해녀 어업 육성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부터 호미반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해녀의 역사와 문화, 생활양식, 음식문화를 기록하고 있다.

도는 수산물 직판장을 비롯해 해녀 체험 교실, 해녀 작업장 및 휴게실 등을 갖춘 ‘해녀복지비즈니스타운’ 건립도 구상하고 있다. 해녀의 삶과 관광을 연계한 문화 공간을 조성하고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기 위한 유통 판매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해녀교실’도 개설할 예정이다.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동해의 한 역사를 쓰고 있는 자랑스러운 경북 해녀들의 삶과 문화를 재조명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경북 해녀 어업 및 관련 문화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